40년 교단생활 취약계층 학생 배려·교육 힘써
전문적 학식 높이기 위해 특수교육학위도 취득
혜화학교 최초 여교장…토목공사 치중 ‘눈길’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소년소녀가장과 농촌·조부모·다문화가정 학생, 다양한 장애아이들과 함께 점철된 40년의 교단생활을 한 교직자가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귀감이 된다.

심명숙(61·사진) 청주혜화학교(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구암길 52-7) 교장은 농촌·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방과후 마을학교의 개념을 도입한 교육복지사업을 선도적으로 펼쳤다.

장애학생 통합교육방법연구회 운영과 특수학교 교육환경 등의 업무를 혁신적으로 수행해 공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육복지 실현에 앞장섰다.

심 교장은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친구들의 작은 배려에도 편안한 심리를 유지하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지만, 가정으로 돌아가 다음날 등교 전까지 기본적인 인권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는 상황의 가정이 많다는 것을 접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심 교장은 1981년 청주교육대를 졸업하고 고향 제천 금성초에서 교직의 첫발을 내디뎠다.

산골 마을마다 생계에 전념하느라 어른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휴일과 방학에 5개 마을별로 학기별 2회 반복방문해 점심 제공과 자연관찰학습, 선·후배 간 우정을 나누며 서로 돌보고 격려하는 ‘향우반’을 만들어 등하교와 주말에도 안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지도·관리했다.

계절별 휴일에 시내버스 운영구간 범위 내의 유적지 등의 무상 체험학습도 가졌다.

당시 용어가 정립되지 않았던 현장체험 운영이 학생들에게 모험심 충족과 사회에 대한 시야 확장, 협력 가치를 부여 등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천 남당초 재직 시 담임·학생들의 문예작품을 겨울방학 동안 학급문집으로 손수 제작해 매년 나눠줬고, 전교생 대상 우수문예작과 미술작품에 손글씨와 창의적인 삽화를 넣은 학교문집도 별도로 펴냈다.

당시 생소한 학교문집 발간이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기회가 돼 지역 문인들로부터 격려의 편지를 받는 등 호평을 끌어냈다.

괴산 감물초 학구 내 ‘무심사’에 집단 거주하는 20여 명의 소년소녀가장 생활지도와 재능계발을 위해 시범사업인 연중돌봄 사업 중 ‘찾아가는 방과후 교실’도 개설했다.

오카리나 악기 무상지급과 연습지도로 장기자랑 등에서 재능발표를 하고 틈틈이 생활지도와 상담시간도 가져 가족과 헤어진 아픔을 지닌 소년가장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정된 학교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학교 발령마다 학구 내로 거주·이전해 재학생의 가정상황까지 파악 후 교육환경이 확보되도록 맞춤 돌봄지원계획 실천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청주 봉정초 학구 내 소년소녀가장 집단거주지인 ‘대우꿈동산’ 학생들이 배정된 학급을 맡아 일탈 행위와 위축된 학교생활 학생 등을 수시·개별상담과 교외 생활지도 강화, 가정방문, 휴일 같이 보내기 등으로 학교폭력 예방에 힘을 쏟아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일찍이 장애학생 지도에 관심을 둬 2000년 청주교대 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교육학위’를 받고 특수교육에 뛰어들었다.

괴산 동인초와 칠성초의 특수학급을 8년 동안 담당하며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원활한 통합교육을 시도하고 지역 특수학급교사들과 장애학생 통합교육연구동아리를 구성, 연구활동과 특수교육용 학습자료 제작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장애학생은 있지만,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 2곳을 각 주 1회 순회교사로 출장지도를 다니며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일반교사들과의 교류 폭도 확장, 긍정적 관심을 유도해 냈다.

2018년 9월 장애가 심하거나 두 가지 이상 병을 앓고 있는 중도·중복지체 장애 학생들이 재학하는 공립특수학교 혜화학교장으로 발령받아 그동안 밀려왔던 숙원과 반복 지속적인 학교안전사고 대책을 세워 재발이 소멸했다.

개교 33년만 첫 여교장(13대)으로 부임해 남교장들이 하지 못했던 토목공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학생·학부모 안전을 위한 진입로 확장과 통학버스 주차공간 마련, 장애학생들의 오감 자극을 위한 치유정원, 학교숲 조성을 추진 중이다.

심 교장은 “40년 교직의 노하우를 교단에 쏟아부어 후회 없는 교단 지킴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지니며 후배 교사들의 교육사랑 열정이 열매 맺도록 모든 힘을 지원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글·사진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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