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운 (사)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동양일보]사람은 장수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오는 10월 2일은 ‘제25회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을 기억하고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인한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었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인 노인대책의 필요성이 요청되었다. 1990년 12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제45차 국제연합 총회에서는 노인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노인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계기로 삼기 위해 10월 1일을 ‘세계 노인의 날'로 제정하고, 이듬해인 1991년부터 기념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노인복지법’ 및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과 함께 노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로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로 지정했으며, 같은 해 제1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가 국제연합이 정한 노인의 날인 10월 1일과 달리 10월 2일로 정한 까닭은 이미 10월 1일이 국군의 날로 지정되어 겹치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노인의 날에 대한 유래이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기를 바라는 것은 노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로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로망과는 달리 노인이 되면 겪게 되는 4가지 고통이 있는데, 그것은 무위고(無爲苦), 고독고(孤獨苦), 빈고(貧苦), 병고(病苦)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첫째, 무위고는 가정과 사회에서 일정한 책임과 업무가 주어지지 않고 일선에서 후퇴하게 되어 역할이 상실되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같이 할 일이 없어서 집에서 빈둥빈둥한다는 것은 삶의 의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도 하다.

둘째, 고독고는 혼자 있음으로 인해 얻게 되는 고통이다. 노인이 되면 함께 지내던 친구, 친지, 가족과의 관계가 사망으로 인해 점점 줄어들게 되고 새롭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워져 고독과 소외의 문제가 찾아오게 된다. 또한 함께 살던 자녀들도 결혼을 하여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되고,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어 ‘빈둥지 증후군’으로 인해 고독의 고통 또한 찾아오게 마련이다.

셋째, 빈곤의 고통이다. 노인들이 노후 생활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 상실’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다. 젊어서야 나름대로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갖고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으로 살아왔지만 노인이 되고나서는 무대의 조연도 못되고 쓸쓸히 퇴장함으로서 경제적 고통도 수반되게 된다.

넷째, 질병의 고통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신체적인 퇴화를 의미하며 질병은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 노인들이 의사를 찾는 비율은 일반인보다 약 30% 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치매·퇴행성 질환 등의 노인성 질환을 가지신 어르신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노인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2021년 8월말 기준으로 우리도의 노인수는 296,742명으로 도내 총인구수 1,597,179명 대비 18.6%를 차지하고 있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노인인구의 빠른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주요제도들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노인의 욕구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충북경로당광역지원센터에서는 노인들이 이러한 4가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노년이 아름답고 행복한 충북’을 미션으로 정하고 경로당 활성화 기반구축, 경로당 자립역량 강화, 경로당 프로그램 발굴·보급, 치매안심 경로당 및 노인학대 예방 등 4대 전략목표와 경로당 DB 구축, 노인 욕구 조사 및 만족도 분석 등 16개 이행과제를 정하여 충청북도의 지원을 받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고 있다.

올해에도 노인의 날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변변한 행사도 치루지 못하고 지나가야 할 듯하다.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이웃에 계신 노인이나 경로당을 이용하시는 노인들에게 우리나라의 번영된 지금의 모습을 이루는 초석이 되셨을 뿐만 아니라 지혜를 갖고 계시는 보물이라는 생각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가슴속으로나마 뜨거운 인사를 드려보자. 아울러 잊혀져가는 노인의 날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려 보며, 내년에는 코로나를 떨쳐내고 경로당의 활기찬 프로그램을 통해 활력 있는 노년의 삶을 만끽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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