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진 시인

이창진 시인

[동양일보]산골로 이사 온 어느 귀농인의 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이사 온 곳이 낯선지 5개월 된 백구 두 마리가 동물 농장 울타리 밖으로 나가더니 집에 들어오지 않고 뒷산에서 집주변을 돌다가 밤만 되면 집으로 들어와서 차려놓은 밥을 먹고 마당에서 놀다 자기 집에서 잠도 자다가 주인이 깨는 소리만 나면 다시 산으로 도망을 간다.

주인이 아무리 불러도 백구는 돌아오지 않고 집주변에서 주인의 행동만 살핀다. 주인은 걱정이 많다. 산에는 멧돼지도 있고 진드기도 있어 잘 못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어릴 때부터 키운 백구가 나가더니 집에 들어오는 것은 밤에만 와서 밥을 먹고 자다가 주인이 나오면 다시 집밖으로 도망을 가는 백구가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 훈련전문가의 말은 다르다. 백구 두 마리가 자기 집이라고 오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주인의 행동을 살펴보고 있다가 주인이 없으면 들어와 밥을 먹고 돌아가는 것이다. 백구는 주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결국 주인은 백구와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도 부부라고 서로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며 편하게 살고 있지만 결국 부부는 서로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살고 있는 가정이 많다. 부부가 서로 알아가며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야만 공생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랑의 콩깍지 속에 있을 때는 언제나 부드럽고 얼굴의 미소도 변함없이 좋고 상대를 위하는 말도 달콤하게 흐르는 꿀 송이 같이 달달하고 꽃처럼 예쁜 어항 속에 있는 별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남편이나 아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처럼 거칠고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목수가 쓰는 망치처럼 한 쪽은 못을 빼는 부분이고 다른 한쪽은 박는 부분 같은 이중성격을 갖고 있다. 남편이 또는 아내가 잘 못된 방향으로 갈 때나 실수하는 일이 생길 때 그 일로 화를 내거나 원망하지 않고 상처가 덧나지 않게 조심 있게 빼주고 싸매주는 부드러운 사람이 됐다가도 갑자기 대못을 박듯이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이중인격을 갖고 있다

듬직하거나 천사같이 감싸주던 모습은 간곳없고 경험하지 못한 모습으로 깊은 상처를 줘서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잠시 보는 모습은 천사처럼 부드러운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함께 가까이 살면서 보이는 모습에서 비치는 언어가 예리한 칼처럼 날카로운 사람이 있다. 우리 속에는 두 가지 이상의 모습을 갖고 살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잘 조절하여 변함없이 한 가지의 모습으로 끝까지 잘 다듬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익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모습을 갖고 불쑥 불쑥 튀어나와 싸움과 문제를 일으키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내 아내가 내 남편이 좋은 사람으로 만났지만 변할 수 있는 것은 인간 내면에 있는 성격 중 하나다. 그러나 자신의 단점을 잘 깨닫고 다듬어서 새로운 장점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도 본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때로는 서로가 상대의 단점을 드러내 보여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함께 풀어나가려는 배려와 본인 스스로도 단점을 깨트려서 새롭게 변화하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속에 있는 잘못된 성격을 깨트리려면 불순물이 제거되는 용광로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연단과정과 쓸모가 있도록 쓰임에 합당한 사람으로 다듬어지도록 망치질당하는 아픔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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