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연 서원경교회 원로목사

장석연 서원경교회 원로목사

[동양일보]교회는 평신도 사역을 중심에 세워야 건실한 성장을 지속한다. 그래서 서원경교회는 창립 초기부터 평신도 사역을 첫 번째 지표로 삼았다.

평신도 사역은 사역자들이 앞에 서서 본을 보이며 섬기고 잘 이끌어서 교인들을 바른 자녀로 길러내는 사역이다. 그 일을 위해서는 먼저 믿음과 자질이 준비된 사람들을 뽑아 사역자로 세우고 가르쳐서 신실한 능력을 갖춘 일꾼이 되게 해야 한다.

칼 바르트(Karl Barth)는 사역자가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손에는 신문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선임된 사역자들의 손에 ‘성경을 들려주기 위한 교육’을 계속했고, 수차례 동양일보의 조철호 회장을 초청해서 ‘다른 손에 신문을 드는’ 특강을 부탁했었다. 그 때마다 사역자들이 감격스러워 했다.

당회에서 사역자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매년 한 차례씩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로 결의했다. 동양일보 산하 여행사에 그 일을 부탁했더니 늘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을 준비해 줬다. 특히 고마웠던 것은 조 회장이 회사 일을 미루고 동행을 해 준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교회를 향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피부로 느끼곤 했다.

가장 감동스러웠던 여행은 중국의 연길과 용정을 거쳐 백두산을 다녀온 길이었다. 사역자들이 ‘포석 조명희 문학제’도 참석을 했고, 항일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던 용정의 일송정과 용두레 우물,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고향과 그가 다니던 명동교회도 돌아보았다. 백두산 천지 앞에서는 함께 엎드려서 민족의 하나됨과 번영을 비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평신도 사역자들은 그렇게 해서 성실한 지도자로 성장해 갔고 교인들을 섬겨서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갔다.

교회가 가질 또 하나의 지표는 이웃 사랑이다. 믿는 사람은 자신보다 교회를 더 사랑해야 하고, 교회보다 이웃을 더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서원경교회는 창립과 동시에 학사(學舍)를 세워서 어려운 학생들을 돌보았다. 그 때만 해도 힘든 시절이어서 학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그래서 MBC와 주간 조선과 월간 주부생활 등에서 돋보이는 기사로 다뤄줬다.

전교인을 이웃 사랑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교회 주변 공터를 활용해 바자회를 열었다. 바자회 수익금으로 매년 봄철에는 미화요원을, 가을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초청해서 제주도 여행을 보내줬다. 그 일로 교회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눈길이 정겨워졌고 시청에서는 표창장도 보내왔다.

이웃 사랑은 지역을 넘어 해외 교포와 인류로 번져가야 한다. 그래서 캄보디아 프놈펜에 건물을 짓고 학사를 세웠다. 동양일보의 연변 동포를 위한 문학행사 지원도 결의했고, 그래서 10년 동안 이 행사를 후원했다.

동양일보는 매년 <명사시낭송회>를 겸한 충북도내 시‧군 순회문학제를 열었다. 그 때가 되면 연변의 동포 문인들을 10명 내외로 초청했다. 그분들의 제주도 여행을 교회가 감당하기로 했다.

그분들은 중국 내륙에 살고 있어 거의가 바다를 보지 못한 분들이었다. 대부분 한국 방문도 처음이었다. 열흘이 넘는 행사의 끝머리에 우리교회가 맡은 제주 여행은 매우 큰 감동을 주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감격스러워 했다.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가슴이 빨려 든다고 하는 이도 있었고, 가을 단풍이 황홀한 풍경화라며 아이들처럼 감격해 하는 이도 있었고, 제주 말고기 맛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그들은 청주에 머무는 동안 한두 번 교회 예배에 참석을 했다. 어색한 표정으로 딴전을 보는 이도 있었지만, 엄숙한 분위기에 놀라거나 감동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 교회라는 곳을 처음 들어와 보았다고 했다.

예배 후에 어느 분은 귀띔을 해줬다. ‘중국에서 공인 신분을 가지려면 공산당원이 돼야하는데, 당원은 종교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얼마 후에 공직을 내려놓으니 그 때부터 교회를 다니겠습니다’라고.

그 후에 다시 만난 어느 분은 즐거운 표정으로 속삭여줬다. ‘아내와 딸이 얼마 전 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10년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의 충청북도와 서원경교회를 방문한 문인, 예술인, 교육자, 언론인…등은 무려 100명이 훨씬 넘었다. 쉽게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이 가을이면 한국의 강산과 바다가 생각날 것이란 생각을 본다. 더구나 동양일보가 창사 30주년을 맞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30년을 곁에 있어준 동양일보와 조철호 회장이 그립고 감사하다. 기적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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