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일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어 일 선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2011년 개봉해 많은 관객에게 행복함을 안겨준 강형철 감독의 영화 <써니>를 소개한다.

7공주의 전설과 함께 여고생들의 리즈시절을 가을의 깊은 바람을 따라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포스터의 메인 카피처럼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 로 말이다.

벌교에서 온 전학생 임나미역에 유호정과 아역으로 심은경, 7공주의 리더 짱인 하춘화 역에 진희경과 아역으로 강소라, 나미의 짝꿍 김장미 역에 고수희와 아역으로 김민영, 국문과 교수 딸인데 욕쟁이인 황진희 역에 홍진희와 아역으로 박진주, 치과의사집 외동딸로 금이야 옥이야 키워진 서금옥 역에 이연경과 아역으로 남보라, 미용실을 하는 엄마 덕분에 미스코리아가 꿈인 류복희 역에 김선경과 아역으로 김보미, 얼음공주라 불리는 도도한 정수지 역에 윤정과 아역으로 민효린이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했다.

정말 절묘한 캐스팅으로 캐릭터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노래들로 구성된 OST가 압권이다.

특히 주제곡인 보니 엠의 <써니>는 매우 훌륭했다.

“써니~ 지난날 내 삶은 온통 비에 젖어있었어요. 당신은 내게 미소지으며 내 고통을 덜어줬었죠. 괴로운 날들은 끝이 났고 이젠 새 날이 왔어요~ ” 2011년, 잘나가는 사업가 남편과 고등학생 딸을 둔 주부 임나미,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화려한 인생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 2%의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 어머니 문병차 병원에 들렀다가 입원한 춘화를 만난다.

그녀는 학창시절 7공주 써니의 짱이였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폐암 말기로 길어야 2개월밖에 못 사는 상황이다.

춘화는 세상을 떠나기 전, 흩어진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게 소원이라고 했고 그녀의 소원대로 흥신소를 동원해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사이 까맣게 잊고 있던 25년 전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녀들의 학창시절로 영화는 흘러간다.

1986년, 전라도 벌교의 한 고등학교, 춘화의 소개로 그녀의 패거리 멤버들을 소개받게 된다.

욕쟁이 진희, 못난이 장미, 왈가닥 금옥, 사차원 복희, 얼음공주 수지까지. 그러던 어느 토요일, 경쟁써클 '소녀시대' 와의 맞짱 대결이 벌어진다.

이일로 나미는 드디어 써니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다른 친구들은 모두 나미를 열렬히 반겼지만 유독 수지만큼은 나미를 철저하게 경멸한다.

학예회를 나가기 위해 춤을 맞춰서 연습을 하는데 나미가 자꾸 틀리고 까불자 수지는 나미에게 빠지라며 막말을 하는데 이를 말리던 춘화에게 레즈비언이냐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은 써니 멤버를 안하겠다고 하고 나가버린다.

너무 신경이 쓰인 나미는 수지 집에 찾아가 수지에게 대화를 청하는데 수지는 엄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재혼을 했고 그 새 엄마가 나미와 같은 사투리를 써서 나미를 더 싫어했던 거였다.

그렇게 둘은 오해와 악감정을 풀고 친구가 된다.

그리고는 다 같이 학교 축제에 선보일 학예회 무대를 연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축제 당일, 사고가 나고 일진그룹인 것이 학교에 문제가 되며 모두 강제 전학을 가게 되고 만다.

그리고 25년 후, 커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써니’ 멤버들은 춘화와 나미를 통해 그 시절 눈부신 우정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자신들과 드디어 만나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추억도 잠시, 친구들을 두고 춘화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장례식을 엄수하고 난 친구들, 자신의 눈부셨던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각자의 이유로 흩어지고 결국 돈 때문에 마주치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돈 만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추억과 정말 순수했던 시절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가 있었고 그들이 모든 것을 나누고 공유해가며 결국은 못했던 학예회 발표를 짱이었던 친구의 주검 앞에 펼쳐보이며 웃는 듯, 우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여자들에게도 남자보다 더 훌륭한 우정이 있다고 영화 <써니>는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강형철 감독은 ‘칠공주’들의 이야기에 대한 선택을 이렇게 말한다.

<써니>는 ‘칠공주’ 하면 언뜻 떠오르는 불량하고 일탈적인 이미지와는 궤를 달리합니다. "엄마… ‘칠공주’였다고 얘기 안 했나?”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영화 속 나미의 대사처럼,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에게도 찬란하고 눈부신 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두 시간 남짓 영화로 보여준다면 교육방송하고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소녀시절… 유치했지만 나름 심각하고 진지하면서도 철없이 발랄한 면을 보여주기에 ‘칠공주’ 캐릭터가 좋지 않을까 싶었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라고, 학창시절 그리운 친구, 그리고 추억을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써니>를 통해 힘든 시기이지만 그리움 전하는 가을바람처럼 추억 속 친구에게 전화라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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