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논설위원·시인

[동양일보]어둑한 새벽, 2시경이니 정확히 말하면 한밤중이 맞겠다. 썰렁해진 날씨에 대비하여 단단히 차려입고 간단히 꾸린 가방을 메고 새벽 공기 속에 첫발을 딛는다. 부르릉~, 울릉도행 집결지로 향하는 시동 음이 설레는 마음만큼이나 경쾌하다. 동양일보 사옥 앞에 청주지역에서 출발하는 3대의 버스가 나란히 서 있고 일행들이 하나둘 웅성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동양일보 사원들의 세심한 준비와 일사불란한 안내로 무리 없이 3시 정각에 출발할 수 있었다. 차림은 영락없는 ‘독도경비대’ 같아도 마스크 너머 반짝이는 눈인사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동양일보 창사 3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울릉도-독도-죽도’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

동양일보 전사원과 각 지역 기획위원들, 필진을 비롯하여 직간접으로 동양일보와 관계를 맺고 있는 ‘동양일보 가족’ 200명이 독도 나들이에 나섰다.

대부분 뜬눈으로 새운 탓에 쪽잠을 청하기도 하고, 알음알음 인사를 나누기도 하며 3시간을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빗방울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떨어지고 있었다. 강릉항 인근 식당에서 따끈한 초동 순두부로 속을 채운 다음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대단한 자격증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슴에 커다란 이름표를 달고 200명 여명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며 크루즈에 승선했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출렁대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첫 독도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뱃멀미가 시작됐다. 멀미약을 먹었음에도, ‘울렁울렁 울렁대는 울릉도라’, 멀미용 검은 봉지를 들고 화장실 앞을 떠나지 못했다. 육지 것을 남김없이 경건하게(?) 비워내고서야 울릉도 저동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김밥이랑 간편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일행은 바로 독도 행 배에 올랐다. 필자의 경우 3시간에 걸친 혹독한 신고식 끝이라, 속으로 ‘독도 만세’를 외치며 독도 쪽을 한 번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악천후 속에서도 독도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일행의 무용담(?)을 들으며, 저녁 식사 시간까지 메슥거리는 속이 못내 아쉬웠다.

폭풍우로 인해 포항 쪽에서 들어오는 배편이 모두 발이 묶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행인 것은 강릉에서 들어온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죽도 탐사까지 마치고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나기황 논설위원·시인
나기황 논설위원·시인

 

울릉도, 독도까지는 몰라도 여간해서 죽도 방문은 어렵다고 한다. 죽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 44개 중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207,866㎡, 해발고도는 116m인데 교동 항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다. 비 내리는 죽도의 첫인상은 한 폭의 수묵화 속을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365개 돌계단을 오르다 잠시 눈을 돌리면, 왼쪽은 바다요, 오른쪽 절벽엔 함초롬히 비에 젖은 연보랏빛 구절초 무리를 감상할 수 있다.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작은 섬의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치유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 쏴~ 하는 숲속 특유의 화음이 들리고, 전망대에서 주위를 돌아보면 세상을 달관한 듯한 여유를 느끼게 된다. 다시 황토색 매트가 깔린 둘레 길을 따라 걸으면 둘러쳐져 있는 대숲이 말을 걸어오고, 솔길에 늘어서 있는 거목들이, 뭍에서 맛보지 못한 숲의 향기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울릉도 여행의 ‘화룡점정’은 죽도 탐방이었다.

저동항으로 와서 서둘러 귀갓길에 올랐다.

간간이 비는 왔지만, 뱃길은 평온했다. 우려했던 뱃멀미도 언제 그랬냐 싶게 말끔히 지워졌다.

강릉항에 도착해서 해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충분히 만족했던 1박 2일의 울릉도 여행은 끝났다. 뜻깊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동양일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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