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최대 사립 식물원 키워낸 청양군 고운식물원 이주호 원장

11만평 거대 식물원에 꽃과 식물 8800여종 키워
춘하추동 바뀔때마다 희귀종 등 식물이 지천에
사시사철 체험객 견학생 조경업자 등 발길 북적
이 원장 “식물은 탄소통조림... 아끼고 잘 가꿔야”

고운식물원 이주호 원장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봄에는 시골 들녘에서 볼수 있는 야생화와 개나리 진달래가 지천에, 금세 다가온 5월엔 식물원 전체가 철쭉 연산홍의 꽃밭으로 변한다. 여름철엔 산벚과 튤립이 흐드러지게 피고 산수국, 목수국, 미국수국 등 다양한 수국이 장관을 이룬다. 가을 단풍이 풍경을 이룰 때까지 11만평(37h)의 거대한 식물원에선 8800여종의 꽃과 식물이 자태를 뽐낸다. 마지막 겨울엔 모든 숨을 죽인 산야에 소복하게 내린 눈이 다음해 봄을 기다리며 정원에 평화의 시간을 선물한다.

청양군 청양읍 군량리 산자락에 둥지를 트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사립 정원 '고운 식물원' 풍경이다.

산지를 원형 그대로 활용해 만든 자연생태 사립 식물원인 이곳을 지난 30년간 일궈 온 이주호(76) 원장. 그는 고향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동아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부터 부지조성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뛰놀며 자랐던 시골의 산과 들에서 보아온 나무와 풀들을 직접 심고 키워 보고 싶은 소박한 꿈이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우리 식물원의 기본 모태와 방향은 ‘자연’ 그 자체입니다. 꾸미기보다 있는 그대로, 돌과 풀 한포기도 우리가 심은 꽃과 나무와 어우러지게 보살펴 주죠.”

이 원장은 몽골과 백두산 등 해외 수십여개국을 다니며 식물을 수집해 왔다. 희귀종은 물론 조형물이나 조경용 돌 등 다양하게 수집해 식물원을 꾸미는데 열정을 쏟았다.

그 덕분에 고운식물원은 지금 귀중한 수목유전자원의 보고가 됐다. 미선나무, 가시연꽃 등 15종의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수종으로는 춘추벚나무, 단풍나무 600여종, 비비추류 300여종, 작약목단 400여종, 새우난초 200여종, 수국 80여종, 철쭉류 400여종 등이 있다.

그 중 춘추벚나무는 봄과 가을 1년에 2번의 벚꽃을 피우고, 손수건나무는 봄에 피는 꽃의 생김새가 어릴 적 왼쪽가슴에 달고 다니던 손수건을 닮아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2010년 9월 15일에 환경부지정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광릉요강꽃, 노랑붓꽃, 독미나리, 층층둥글레, 진노랑상사화 등 5종이 보전대상 식물로 지정됐다.

덕분에 이곳은 국내외 조경가들의 실무교육장으로서의 역할과 식물종 다양성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교육 학습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가장 큰 화두잖아요. 식물원 역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실현의 중앙에 서 있어요”라며 숲이 탄소통조림 역할을 할거라는데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식물이 있는 숲은 탄소저장, 산소저장, 수원저장과 홍수조절,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라며 자부심도 나타낸다.

정원에 붙여진 이름도 예쁘고 사랑스러움이 넘친다. 하늘갓길, 돋을볕길, 바람비길, 비꽃길 등은 주제별로 나뉘어 방문객들에게 치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을 위해 나무 곤충만들기, 손수건 꽃물들이기, 나무심기 등 체험은 물론 계절별 분야별로 해마다 다양한 축제를 연다.

코로나 때문에 줄기는 했으나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수많은 관람객의 방문도 이어진다. 동호회나 유치원생, 원예과 학생들, 농민과 조경업자는 물론 한의대생들과 가족단위 관람객들까지 다양하다.

식물원 관람 뒤 “이런 곳을 조성한 분이 존경스럽다”는 말을 하는 관람객이 적잖다고 귀띔한 이 원장은 “정말 아름답다, 수고 많이 했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단다.

그러면서 그는 지구촌 모든 사람들에게 식물원 은방울꽃의 꽃말을 전해줬다. ‘틀림없이 행복해 집니다’는...

청양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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