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행시합격...최연소 사무관으로 시에 입성

박경찬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박경찬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동양일보 신서희 기자]세종시청에 숨은 건강전도사가 있어 화제다.

이 건강전도사는 헬스트레이너 출신이라는 경력을 살려 비만이 고민이거나 만성질환 등으로 건강관리가 필요한 동료들의 요청을 받아 출근 전 새벽시간과 퇴근 후 짬을 내 두달간 집중 관리를 해준다.

하루 세끼 먹는 음식에서부터 맞춤형 운동을 소개하는 등 수백만원대의 개인PT 프로그램 버금가는 도움을 준다.

행정고시를 28세에 패스하고 지난해 세종시청에 입성해 일, 건강 등 모든 분야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박경찬(30)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이야기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마당발 선배 사무관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하게 된 다이어트 모임.

선배 사무관이 1호 회원으로 66.4kg에서 시작했고 세종시청 1층에 있는 인바디로 체중 등을 점검하면서 매주 고구마, 닭가슴살, 야채 위주로 식단을 관리했다. SNS를 통해 식사내용을 점검하고 실내자전거 등 운동을 안내해 주며 밀착관리한 끝에 6개월만에 선배 사무관은 49kg의 처녀시절 몸무게를 되찾았다.

6기의 한 회원은 15년 이상 원인모를 만성 구내염으로 불편을 겪었지만 식단관리와 운동으로 구내염이 치료됐고 고혈압을 앓던 회원도 혈압이 정상이 됐다.

박경찬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박경찬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문화예술과 동기 사무관은 바디프로필 촬영에도 성공했다.

정식으로 등록된 동호회도 아니고 그저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 시작한 이 모임은 이름은 없다.

다이어트 모임이 시작되면 박 사무관의 혹독한 관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혹자는 '다이어트 워(전쟁)'라 이름붙이고 함께 참여하는 이들을 전우라고 표현한다.

지난해 1기를 시작으로 현재 7기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8기부터는 처음으로 대기자까지 생기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참여자가 50만원의 돈을 모임에 납부해 놓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돌려받지만 실패할 경우 지역 취약계층 등에 기부하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결국엔 참여자 거의 대부분이 기부로 마무리 하는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박 사무관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50만원 아이디어를 냈고 다이어트 성공률이 점차 높아졌다"며 "결국에는 참여자 대부분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하고 있어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중학생 시절 180㎝가 넘는 키에 몸무게가 60kg 밖에 나가지 않던 마르고 허약한 체질이었다.

70대까지 식스팩이 있던 외할아버지, 운동을 즐겨하던 외삼촌의 권유로 헬스장을 다녔고 20세부터 견습생으로 헬스트레이너 일을 했다.

10여년간 운동으로 관리해서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로 명품몸매의 소유자가 됐지만 늘 허전한 마음이 있었고 2016년에 비로소 머리로 노력하는 일을 하고자 마음 먹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행정학과 출신인 박 사무관은 2년간 혼자 행정고시를 준비해 합격했다.

운동만 할 게 아니라 공부를 해서 자신 스스로를 인정하고 싶었다는 박 사무관은 서울 명문대생들처럼 합격노하우를 공유하는 선배가 없다는 서러움 속에 이 악물고 공부해 10여년 만에 고려대 세종캠퍼스 출신 첫 고시생이라는 이력을 쌓았다.

박 사무관과 운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연속선상에 늘 있었다.

그는 "고시공부하면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틈틈이 트레이너 일을 했고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며 "고시 합격 후 연수원에서도 동기 중에 3명이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100여명까지 늘었고 소수정예로 1년에 한번 바디프로필 화보촬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찬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박경찬 한글진흥담당 사무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까지 소유한 박 사무관은 일터에서도 열정이 넘친다.

전국 최초로 한글진흥담당 조직이 생기면서 의미 있는 일을 고민하던 박 사무관이 지난 10월9일 한글날 국경일 행사를 최초로 세종시에서 진행되도록 만들었다.

또 외롭게 공부했던 서러움을 기억하며 평생교육을 담당했던 지난해에는 청년 희망배움터를 개소해 세종시청이나 청사의 사무관들이 멘토가 되고 세종시 청년들이 멘티로 들어와 고시공부 정보교류 등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도 마련했다.

그는 "명문대라면 선후배간의 자연스러운 구조가 있는데 지방에서는 어렵다"며 "지역 청년들을 위해서 지자체 차원에서 한번 해보자로 시작했는데 서럽게 공부했던 기억들이 반영됐다. 청년희망배움터 개소식할때 눈물이 울컥 했다"고 귀띔했다.

박 사무관은 "허약체질, 지방대 출신의 고시생 등 나에게는 약점이었고 그것을 극복해 낸 경험이 있다"면서 "약점을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 신서희 기자zzvv2504@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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