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민원인의 언어·신체 폭력 등 심각... "공무원에 대한 막말과 폭력은 민원이 아닌 범죄"

전공노 청주시지부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의 폭행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동양일보 한종수 기자]폭행, 욕설에 갑질까지, 청주시 공직사회가 악성민원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원구청 건설과.

80대 민원인 A씨는 이날 오전 10시께 건설과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다가 이를 제지하는 6급 팀장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A씨는 같은 달 19일에도 구청 1층 민원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 여직원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민원인은 얼마 전 자신이 훼손한 소교량 원상복구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구청으로부터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서원구청 민원상담실.

구청 민원상담실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항의하던 60대 B씨가 상담 도중 갑자기 공무원에게 흉기를 던졌다.

다행히 흉기는 비말 가림막에 맞고 밖으로 튕겨 나갔지만, 민원인의 위협은 계속됐다.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B씨를 체포하면서 난동은 끝이 났다.


#지난해 5월 청원구 우암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인 C씨가 볼펜으로 자신의 손을 찔러 자해하는 등 공무원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민원인은 이후에도 3차례나 더 술에 취한 채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위협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복지재단이 지난해 4~5월 사회복지 업무 담당 공무원 405명(사례 관리사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360명)의 83.1%인 299명이 민원인으로부터 폭력(폭언 포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력 발생 장소(중복 응답)는 응답자의 87.2%가 근무지를 꼽았고, 민원인 거주지(5.9%)가 뒤를 이었다.

최근 경제 불황 속 구직난이 심화되면서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직장 내 '안전성'은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캠' 도입, 민원창구에 투명 아크릴 가림막 설치, 악성 민원인 대처법 교육, 호신용품 비치 등 지자체 별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악성 민원인 등의 폭력으로부터 공무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의 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청주시지부는 "시는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의 폭행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청주시지부는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민원인이 구청 사무실에서 공무원을 폭행하고 주·정차 담당 공무원에게 흉기를 던지며 위협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시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막말과 폭력은 민원이 아닌 범죄"라며 "악성민원인을 예방하고 처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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