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교육부가 추진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은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고교 교육과정의 기반으로 삼았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에서는 고등학교 전체 수업량이 현재 204단위(총 2890시간)에서 192학점(2720시간)으로 축소되며,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영어는 현행 10단위에서 8학점으로 줄어 세 과목 수업시간이 총 105시간 감소한다.

올해 수능에서도 확인됐듯이 학습량이 줄면 학력저하 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크다.

지난 8월 한국교총이 전국 교사 220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3%가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을 반대했다. 심지어 시범 운영학교 교사들도 64.2%가 부정적이었다. 학점제에 필요한 교원 확충과 학사운영 개편안 등이 준비돼 있지 않은 것이 이유다,

공교육에서 주요 과목의 수업 시간을 감소하면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나 사교육 과열, 그에 따른 학생 간 학습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새 교육과정 도입으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나면 가정 형편에 따른 학력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실 여건이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 학생의 선택권 확대 취지를 살리기보다 오히려 입시 중심교육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디지털 소양을 함양한다면서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의 기초가 되는 수학과 과학 수업 시간을 줄인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 교육과정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았다.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에 맞춰 개편돼 2028년부터 시행될 새 대입제도 개편 발표는 차기 정부인 2024년 초로 미뤘다.

교육부는 수업 시간 조정에 관한 골격이 나온 만큼 수업 부실이나 대입 혼란 등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해 내년 하반기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확정된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연차 적용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교육 당국은 새 교육과정을 확정하기 전에 남은 3년 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현장에서 초래될 혼란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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