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청주라는 바다에 큰 물고기가 한 마리 있다. 나이는 열다섯 살이고 이름은 1인 1책 펴내기이다. 이 물고기는 청주 시민 모두가 저자가 되는 것이 꿈이란다. 사람마다 자기 이야기를 도서관만큼씩 가지고 있다 하니, 자기 이야기만 풀어내도 저자가 되니까 허황된 꿈은 아닌 듯싶다.

올해도 전대미문의 전염병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57권의 책이 나왔다. 수강생들을 자상하게 지도한 선생님들, 직지문화협회 관계자님들 그리고 추진위원님들 모두의 노고가 있었기에 귀한 창작물이 빛을 보았다. 이제 이 물고기는 덩치가 그만큼 더 커진 셈이다.

이 물고기는 책으로 되어 있어서 독자를 만났을 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된다. 책은 불특정다수의 독자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냥 어둠속에 묻히고 말 것이다. 해서 저자와 독자 사이의 매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일차적으로 이 지역의 신문들이 중심적인 매개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다.

남녀노소,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청주시민이면 누구든지 자신의 저서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상생의 정신도 훌륭하거니와 어렵게 나온 책을 불특정다수의 독자에게 알려 책과 독자의 대화관계를 촉진시키는 행위도 너무나 감동적인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 청주사람이 청주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청주를 사랑하겠는가.

다행이 필자의 눈엔 청주 지역의 신문마다 스스로 그 안에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의 눈이라야 꽃이 꽃으로 보인다. 봄 소식을 알리는 봄까치꽃을 보듯, 바다 밑의 산호 꽃을 보듯, 책을 보면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이가 지은 책 한 권 한 권이 송이송이 핀 꽃으로 보일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바람이 독서열풍으로 불고 여기저기서 신선한 감상문들이 나오고, 새로운 작가가 탄생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이들이 작가가 되어 토론장에 초대를 받아 이야기를 나누고, 과거에 묻혀 있던 책을 다시 찾고 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진정으로 청주는 자랑스런 기록문화의 도시, 책 읽는 도시로 자리매김 되리라고 본다.

그리하여 우리의 곤(鯤) 1인 1책은 드디어 하늘을 날 수 있는 붕(鵬)새로 몸이 바뀔 것이다. 장자의 붕새는 남쪽 바다로 날아가지만 청주의 붕새는 청주의 하늘을 덮고 한쪽 날개는 서해바다를 덮고 다른 한쪽 날개로는 동해바다를 덮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

1인 1책의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인쇄출판문화의 발달로 이어진다. 인쇄소의 기계소리 그치지 않고 밤이 되어도 출판사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면 청주는 직지의 역사를 살아 있는 역사로 창조해가는 도시가 될 것이다.

직지를 세계 최고라고 자랑만 하는 것은 직지를 화석화시키는 일이다. 이제는 직지로 하여금 활발하게 숨을 쉬게 하자. 그리하여 인류 역사상 제3의 정보혁명의 효시가 된 도시답게 인쇄문화 출판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도시를 만들어 보자. 그 찬란한 문명의 도시로 가는 길에 1인 1책이라는 붕새가 꿈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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