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청주시 상당구 세무과 주무관

김경희 주무관

[동양일보]단발머리 한 여대생이 닫혀 있는 묵직한 문을 열고 문틈으로 살짝 얼굴을 내밀어 본 그곳에는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준비하며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순간 여대생은 떨리는 가슴을 숨기고자 바로 문을 닫고 복도를 지나 나왔다.

이것이 나의 연극에 대한 첫 경험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었지만 한 번도 발을 디뎌 보지 못한 채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엄마로 살아왔다.

세 아이를 낳은 후 찾아온 나의 연극 첫 무대. 술주정뱅이 역할로 시작하여 변화되는 그의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데. 무대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이로의 표현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다른 이 앞에서 행동하고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나는 과감하게 비틀거리며, 혀가 꼬인 주정뱅이 모습으로, 울부짖는 모습으로, 반성하는 모습의 연극 속 인물이 되었다.

또 한 번은 욕심 많은 부자 부인 역할을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연극을 돋보이게 할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냈다.

가장 최근에 했던 연극에서의 역할은 스승을 따라다니면서 스승을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코믹하게 표현하는 제자 역할을 하여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내가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나를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킬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무대 위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장점과, 목소리가 크고 또렷하게 들린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나는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서서 활보한다. 무대 위에서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표현할 수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 있는 연극도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공동의 작업임을 생각해 본다. 연극의 대본작가, 연출, 연극배우들, 조명을 다룰 스텝 및 또 다른 많은 스텝들, 그리고 관객.

연극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편의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당연히 시간을 들여서 연극에 관계된 모든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다른 시간을 조정해야 하기도 하고 무언가는 포기해야 하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선천적 또는 후천적 재능이 있다. 혹시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관심이 있는지 모르신다면 연극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다음번 연극이 무엇이 될지, 어떤 무대 위에서 올려 질지 알지 못하지만 다음을 기대한다. 다음에는 그 무대가 감동이 전해지는 무대가 되는 그런 역할을 도전해 보고 싶다. 이전에 했던 나의 몸짓과는 다른 모습이 표현될 수 있는 형태의 모습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

70살이 넘는 배우 윤여정. 배우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온 그녀가 영화‘미나리’를 통해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오스카상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하며 나도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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