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호 시인

신청호 시인

[동양일보]오늘도 여지없이 오전 아홉 시 반이 되면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충북도청에서 온 문자이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감염이 의심되면 보건소에서 무료검사 ▲타 시도 방문 자제 및 방역수칙 준수 바랍니다. ▲도내 확진자 47명 발생” 이어서 10시 반에는 또 청주시청에서 문자가 온다. “확진자 9명 발생(상당구 1, 서원구 3, 흥덕구 2, 청원구 3) ▲홈페이지 참조 ▲이동 모임 자제 ▲수시 환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바랍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뉴스만 집중해서 계속 들으면서 살다 보니까 어느 날은 문득 코로나19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말 언제부터 왜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corona19-pandemic)의 노이로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는가.

얼마 전 오랜만에 세 명의 친구를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는 미룰 수 없어 갖게 된 만남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였다. 내가 갔던 그 음식점에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으니 즉시 PCR 검사를 받으라는 통보가 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정이 안 되었다. 즉시 보건소에 갔다. 검사 받으려고 와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많았다. 검사원이 내 코와 목젖 근처에서 체액을 채취했다. 판정이 나올 때까지 집에서 가족과 격리, 혼자 지내면서 생활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는데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하였다. 아내는 “거 봐! 나가지 말고 사람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 하고 핀잔을 주었다. “사회 생활하려면 사람을 안 만날 수 없잖아.” 하고 항변도 해 보았지만 썩 좋은 이유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공포심이 생겨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비자발적으로 혼밥을 먹는 혼족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년 코로나 사태가 벌어져서 ‘거리 두기’란 낯선 말이 나오더니 여기에 ‘사회적’이란 말이 덧붙여져 ‘사회적 거리 두기’가 되고 나아가서는 ‘거리 두기 4단계 연장’으로 발전하였다. 이젠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일상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다. 그동안 여럿이 자유롭게 만나 교류하던 문화가 퇴색하고 ‘혼밥’, ‘혼족’이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게 되었다.

‘물리적 거리’, ‘사회적 거리’라는 말은 과거 시간 속에 던져 버리고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후의 삶을 설계하게 되기를 빈다. 활발한 교류와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정상적 사회로 하루빨리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옛날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옛날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알게 모르게 사람 관계도 시대정신도 사회 환경도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만남, 새로운 소통, 새로운 삶의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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