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성호 기자]정부가 최근 유류세를 내리면서 난방유(등유) 값은 오히려 올려 도시가스 사각지대인 농촌지역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농촌지역은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한파가 계속될 경우 한 달에만 난방용 등유 3드럼, 66만원어치를 써야할 형편이다.

도시지역에 공급되는 도시가스는 통상 30만원대로 한 달을 버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그래도 삶의 질이 떨어지는 서민·농민은 현재로선 두 배가 넘는 난방비를 부담해야 할 처지다.

실제, 올 봄만 하더라도 난방용 등유값은 1ℓ당 550원이었지만 26일 현재 110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

기름보일러는 서민이나 농민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볼 때 정부의 유류세 인하는 도시민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음성지역 농촌 주민 A씨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서민이나 농민이 주로 사용하는 난방유인 등유값은 내리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애써 소수인 농민과 서민을 외면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도시가스 배관을 농촌지역에 설치할 수 없다면 대안만은 확실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진천 지역 농촌 주민 B씨도 "우리 집은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 등유를 많이 쓴다. 하지만 최근 등유값이 너무 올라 걱정이 많다. 전기장판이나 모든 난방 기구를 동원하고 있지만 따뜻한 겨울나기는 이미 포기한 상태"라고 거들었다.

앞서 정부는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지난달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내년 4월까지 20% 인하하고 난방용 수요를 고려해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할당관세는 0%로 인하했다. 정부 비축분까지 시중에 풀며 물가안정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등유값은 오히려 슬금슬금 올렸고, 소비자 물가 또한 지난달 4% 가까이 급등하며 약 10년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10월 소비자물가가 3.2% 상승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3%대 상승이자 9년11개월만에 최대 폭이다.

정부가 지난달 12일 3년 만에 전격 단행한 유류세 20% 인하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통상 일선 주유소의 재고소진에는 2주가량이 걸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수송, 산업, 공공, 농업 부문을 아우르는 석유소비 절감대책을 지난 5월23일 발표한 바 있다. 유가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국내 소비량은 되레 늘고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정부는 2025년 유럽연합 수준의 평균연비 달성을 목표로 고효율 자동차 개발과 판매 촉진에 나서기로 했고, 산업 부문은 설비 고효율화와 연료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건물용 기름보일러의 고효율 인증기술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보일러 검사기준은 현행보다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돈 없는 서민이나 농민에겐 먼 나라 얘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천·음성 김성호 기자 ksh3752@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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