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순 충북도 산림녹지과 주무관

박태순 충북도 산림녹지과 주무관

[동양일보]“백두대간이 뭔지 알아?”라는 질문에 ‘백두산처럼 큰 산? 우리나라 산맥이잖아, 많이 들어봤는데’대답은 다양했다. 백두대간을 인식하는 방식 또한 각양각색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국토종단이나 순례를 위해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다. 휴양이나 역사문화, 생태 탐방을 목적으로 백두대간을 찾기도 하고, 1998년에는 맥주광고 소재로도 쓰였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백두대간이라는 네 글자가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는 데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큰 산줄기다. 마치 나무가 뿌리와 가지, 줄기를 펼쳐놓은 것처럼 백두대간은 한 개의 정간과 13개의 정맥(2차 산줄기)으로 나뉘고, 무려 123개의 크고 작은 산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총 길이는 약 1400km, 남한 구간은 701km에 이른다. 충북은 단양의 소백산에서 영동 삼도봉까지 140km의 구간이 있다. 속리산에서 회인, 상당산성, 증평 좌구산과 음성 소속리산을 잇는 한남금북정맥이 형성돼 있다.

백두대간은 민족의 전통적 지리관을 반영하고 있다. 백두대간에 관한 문헌은 10세기 초 고려의 승려 도선이 지은‘옥룡기’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는 백두에서 일어나 지리에서 끝났으며 물의 근원이고 나무줄기의 땅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천여 년 전부터 백두대간과 같은 산줄기의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가 작성한 산맥 체계(1903년)가 일반화되면서 태백산맥, 낭림산맥 등으로 불려 왔다. 일본인의 지질학적 연구 성과가 우리나라 지리학의 기초로 인식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산맥(山脈)은 땅속의 지질구조를 기본으로 땅 위의 산을 분류해 실제 지형과 불일치하는 가공된 선(線)인데 반해, 백두대간은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땅 위의 산과 강에 기초해 실제 지형과 일치하며 지리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선이다. 산림청에서는 우리 고유의 산지 체계를 부활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03년‘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백두대간의 실체가 법으로 인정받으면서 100년간 사라졌던 국토 산줄기를 지칭하는 일반용어로 자리 잡게 됐다.

백두대간은 역사, 환경, 생태, 문화, 지리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법률로서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지정하여 할 수 있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어느 때보다 백두대간 보전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휴양, 치유 등 산림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이런 수려한 자원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경북과 강원 지역 대형 산불로 백두대간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백두대간에 스위스 융프라우와 같은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도 백두대간을 위협하는 산림재해와 함께 개발‧이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꾸준하게 제기될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백두대간 보호법에서‘백두대간은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하게 보전‧관리돼야 한다’는 정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국민의 자산이다. 일시적인 재해로 소실되거나 포퓰리즘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00년간 사라졌던 백두대간을 다시 부활시킨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보전하고 관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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