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욱 소리창조 예화 상임작곡가

런던의 앨버트 조형물.(좌로부터 바하, 글룩, 헨델, 모차르트, 멘델스존, 하이든, 베버, 베토벤)

[동양일보]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오페라는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운 장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대학시절 선배가 오페라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덕분에 오페라 ‘나비부인’ 티켓을 얻어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앉아 무척이나 기대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비부인’의 서정적인 아리아 외에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으니 아마도 반쯤은 눈을 감았던 탓이다. 이 경험 이후에 무의식적으로 오페라 공연관람을 멀리하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다시 활동하는 지인 성악가들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종종 생기게 되었다. 슬픈 사연의 여주인공과 아름다운 멜로디들이 돋보이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단순한 줄거리 탓에 잠시 산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그때마다 유독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뽐내는 푸치니의 오페라 배경음악들을 분석하며 감상하게 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공연 내내 웃음과 재미를 주는 오페라가 있었으니 바로 모짜르트의 희극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는 하이든, 베토벤과 함께 고전음악을 완성한 고전주의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연주와 작곡에 모두 능했던 그는 ‘음악의 신동’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실제 6세가 되던 해부터 연주여행을 다녔으며 건반에 앉아 빠르게 즉흥연주곡을 작곡하는 것은 다반사, 심지어 그의 작곡노트에 고친 흔적이 없었을 정도로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인물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도전하여 수많은 곡을 남긴 모차르트는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정작 그 스스로는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하였다.

어린 시절 궁중 음악사였던 아버지와 하나뿐인 누이와 함께 연주여행을 다니던 모짜르트는 청년기에 접어들자 잘쯔부르크로 이사를 하게 되고 베토벤, 하이든, 슈만, 슈베르트, 브람스 등 유명 작곡가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인기도 일도 많았지만 부인과 함께 사치를 즐기던 그는 늘 재정이 쪼들리고 덕분에 많은 작품 활동들을 하게 된다. 음악사에서는 가장 다양한 장르의 훌륭한 곡들을 가장 많이 남긴 작곡가로 기록되어 있다.

오페라에 관심이 있었던 모차르트는 당대 가장 유명한 작가였던 로렌초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에게 2년여 만에 대본을 받아 내고 1786년 드디어 그의 3대 오페라 중 첫 번째 오페라인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게 된다. ‘피가로의 결혼’은 롯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후속편이다. 같은 희곡작가의 글을 대본으로 사용한 연유이지만 오페라는 ‘피가로의 결혼’이 먼저 작곡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결혼에 골인하게 된 백작이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백작의 시종 피가로의 약혼녀 수잔나를 탐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에 피가로는 백작부인에게 수잔나의 옷을 입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만나게 해 백작이 놀라고 망신스러워 할 작전을 짜는데 이 과정에서 백작과 친하게 지내던 의사와 백작이 피가로와 결혼시키려던 늙은 하녀가 피가로의 부모라는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공연 내내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사회풍자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코믹 오페라는 세속적인 소재를 담은 탓에 그 해에는 9회 이상 공연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 중 하나이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경쾌하게 시작되는 서주를 제외하고는 극의 내용에 비해 음악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곳이 많다. 그 중 ‘편지2중창’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는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백작을 속이려는 목적을 갖고 편지를 쓰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평화로운 가사와 온화한 멜로디가 유유히 흐르지만 극 중 노래를 하는 배우들을 살펴보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히 나타난다. 이 곡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에도 삽입되었는데 쇼생크가 우연히 틀어놓은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는 온 교도소의 재소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듯 보인다.

35세에 요절한 모차르트는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곡가였으나 정작 그의 장례에는 모차르트의 천적이었던 살리에리와 그의 친척들만 참여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일생을 고단하게 살아온 ‘음악의 성인’ 베토벤의 장례는 빈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나왔을까.

“모짜르트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재고, 베토벤은 하늘로 올라간 천재이다.”

이번 주는 천재들의 음악을 듣는 영광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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