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례 문학인

김종례 문학인
김종례 문학인

혼신을 다해 자맥질하던 뿌리의 힘이 생명의 지느러미 다 토해내며, 진록의 장막에 취하게 했던 5월이었다. 침체되었던 앙금과 오랜 갈증을 해갈하며 마음샘까지 초록초록 물들여 준 5월이었다. 맑고 푸른 녹빛은 근심, 슬픔, 고통, 실패의 가슴을 달래주는 희망, 건강, 축복의 빛깔임이 분명하다. 5월의 바람도 난세의 묘약처럼 코로나를 날려주며, 허공에서 몸부림치는 저 많은 현수막을 흔들어대는 중이다. 많은 선거들이 치러지는 임인년에는 호랑이해라 그런지 눈만 뜨면 아전인수격으로 내편, 네편 갈라진 싸움판이 연속되며,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내륙까지 술렁거리는 중이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서 오늘 우연히 탕평채를 먹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오랜만에 귀한 탕평채를 앞에 놓고서 조선시대 영조임금의 탕평책의 유래를 떠올리게 되었다. 옛부터 고싸움, 길쌈놀이, 누에치기 등으로 지역적 자부심을 계승하던 전통문화의 대립은 아름다웠지만, 상대편을 죽음으로까지 내몰면서 독재집권을 꾀하였던 붕당정치 당파싸움은 불행의 역사가 되었다. 조선시대 사색당파의 폐단을 잠재우고 세력균형과 인물등재의 혁신을 이루고자 탕평책을 발전시킨 것은 영조이지만, 이미 숙종때 발원이 되었으며 정조때에 가서 그 결실을 보았다고 전한다. 그런 와중에 채식과 소식을 즐기던 영조의 지혜로운 음식 탕평채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빨강당근, 노랑지단, 흰색청포묵, 검정김, 녹색미나리, 소고기 등 여러 가지 빛깔의 재료들을 혼합하여 먹는 전통음식이다. 온 백성들이 협치와 화합을 갈망하며 즐겨먹던 아이러니컬한 고유의 음식 탕평채! 오늘날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날센 양립으로 내닫는 이런저런 양극화가 불거진 세상 풍경을 바라보며, 우수한 국정이나 도정의 행정능력과 버금가는 과제가 소통 협치 통합임을 깨닫는 하루였다.

유권자의 심리장악을 위한 선거벽보의 문구도 어색하고 거슬리는 요즘이다. 자신의 입신영달을 위하여 기회주의적 깃발만을 흔드는 인물은 시대성에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걸어온 삶의 과정에 성실과 신용의 흔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역사랑의 흔적과 자취가 확연히 돌출되는 후보가 신뢰감과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타적 삶의 철학으로 축척된 에너지를 도정과 도민에게 쏟아 붓는 열정가라면 참 좋겠다. 지역의 미래를 내다보는 합목적인 안목과 원대한 혜안, 그리고 가장 우선되어야 할 도민통합 능력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바람직한 인격과 여유로운 도덕성 그리고 미래지향 개척자의 기질을 겸비하였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마지막으로 유권자의 분별력은 개인적 삶의 좌표와 방향뿐만 아니라, 한 지역과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이정표라 하겠다. 해방 이후의 선거 역사를 섭렵하고 되짚어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이다. 최근의 사례를 들어본다면, 과거에 호화, 방탕, 억압의 대명사 필리핀 마르코스 일가가 주니어 마르코스를 내세워 다시 집권에 성공하였다. 마르코스 부패일가는 재집권을 위하여 갖은 공약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필리핀 국민들은 지난날의 독재와 부패를 이미 잊었다는 듯이, 반수가 넘는 지지율을 던지는 분별력의 우를 범하고 말았다. ‘과거는 현재의 어머니, 현재는 미래의 아버지’란 평범한 진리의 말을 망각한 수치이리라.

오늘 탕평채의 뜻깊은 의미를 꼭꼭 씹어보면서, 요즘에 가장 신뢰받고 있는 정치컨설팅 전문가의 말을 떠올려 본다. ‘정치는 정책과 공약의 선택이 모두가 아니 공약과 정책의 상위의 위치에서 행하여지는 종합예술활동이다’라는 ~ 우리에게도 도민의 소확행 콘텐츠를 개발할 탁월한 전략가를 알아보는 분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충북도만의 난제를 감안하여 지역발전 브랜드화의 발판을 계승 승화시킬 수 있는 인물을 가려내야 할 때이다. 유권자의 돋보기를 꺼내어서 지혜롭고 섬세한 분별력으로 행정예술가를 탄생시켜야 할 6월의 첫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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