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천주교 대전교구장을 지낸 유흥식(71·사진) 라자로 대주교가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에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유 추기경은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과 염수정 안드레아(78) 추기경 이후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다. 그동안 서임된 추기경들이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인데 반해 비서울대교구장 출신의 첫 추기경이기도 하다.

현재 크로아티아를 방문 중인 신임 유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부족한 저에 대한 신임을 다시 드러내 주심에 감사드린다"며 "이는 한국 순교자들의 기도와 믿음 덕분이며, 한국천주교회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라고 전했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79년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83년 귀국 후 대전 대흥동 본당 수석 보좌신부, 솔뫼성지 피정의 집 관장, 대전가톨릭교육회관 관장,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 대전교구 부교구장을 지냈다.

2005년부터 대전교구장(주교)으로 직무를 수행해오다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부제의 직무와 생활, 신학교 사제 양성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됐다. 이는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장관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이번 추기경 임명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우 가깝게 소통하는 한국인 성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며 교황과 친교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도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청하는 유 추기경의 서한을 계기로 성사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 지위다.

이날 신임 추기경으로 임명된 이들 중에는 유 대주교를 비롯해 인도·싱가포르·동티모르·몽골 등 아시아 지역 성직자가 다수 포함됐다.

특히 1968~1984년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한 후 벨기에서 주교품을 받은 살레시오 루카스 반 루이(80·한국이름 윤선규) 대주교도 추기경에 임명돼 눈길을 끈다. 윤 루카 대주교는 살레시오회 한국 지부장을 역임한 후 로마에서 살레시오회 부총장, 벨기에 헨트 교구장을 지낸 후 2019년 은퇴했다.

신임 추기경 21명의 서임식은 오는 8월 27일 바티칸에서 열린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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