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청 유아특수복지과장

박을석 충북교육청 유아특수복지과장

[동양일보]제8대 지방 동시선거가 끝났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히 관심은 교육감 선거 결과다. 언론의 분류대로 보자면 진보 대 보수 9대 8. 2014년 13 대 4, 2018년 14 대 3에 비하면 보수 쪽에서 선전했다.

언론은 대체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택한 것이 표심이라고 해석했다. 세월호 재앙을 겪으며 정치와 별개로 교육만은 달라져야 한다며 진보를 선택했던 민심이 크게 변화한 것일까. 정확히 알 수 없다. 아직도 교육은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사실, 정치 중립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교육감 선거 구도를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이 늘 마뜩잖았다. 또 보수와 진보라는 말이 함의하는 바가 넓고 모호해서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렇기는 하나 정치영역에서 사용되는 이 말들을 언론이 앞장서서 쓰고 있는 데다 사람들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받아들인다. 아마도 보수와 진보를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향한 도전 등 정치적 성향 정도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여하튼 그런 어휘 용법을 따르자면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결과가 균형을 맞춘 것인지 보수화 과정의 중간 결과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는 대체로 대통령 선거 결과의 파장 안에서 진행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집권 여당의 바람이 드세었다. 낮은 투표율과 이에 따른 고령층의 보수적 의견이 과잉 대표된 점도 있다. 이런 선거 구도의 특징이 교육감 선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집권 여당의 선거 운동과 동기화(슬로건, 색깔 등)한 보수 교육감 후보의 캠페인, 전통적 학력관 등으로 고령층에 초점을 둔 홍보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은 보수의 결집과 진보의 분열이 아니었을까 싶다. 학력주의를 내세운 보수의 결집, 혁신의 피로감(?) 등등으로 인한 진보의 분열도 한몫한 것 같다.

지난 8년을 돌이켜 보면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교육복지가 대폭 강화되었다. 보편복지 강화 차원에서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이 자리를 잡았다. 소외된 교육영역, 이를테면 특수교육이나 대안교육 영역도 확고한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교육거버넌스, 관-관 및 민-관 협력체제가 강화되었는데,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의 성과다.

무엇보다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민주적인 교육과정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성적주의, 입시경쟁교육, 학력주의 학교 경영에서 벗어나 행복한 학교생활에 초점을 두고 전인적 발달과 성장을 위한 교육 체제와 문화가 추진되었다.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미래 교육 체제 준비는 공통의 과제였는데, 디지털 교육 내지 에듀 테크의 강화나 기후환경 위기 대응 생태교육 강화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새로 취임하는 교육감은 이러한 기존의 기반 위에서 모두를 위한 새로운 길, 더 미래적인 길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옥석을 잘 가릴 일이다.

교육개혁은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교육이 정말 복잡한 사회 현상인 데다, 전기를 끊었다 다시 올리는 방식으로 중단과 재시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바뀌었다 해도 일거에 과거와 단절할 수 없고 기존 성과 위에서 지속과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보수교육감, 진보 교육감이라는 구분에 나는 원천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어느 교육감의 말이 생각난다; “교육은 보수도 진보도 없다. 오직 아이들을 위한 교육감이 되고 싶다.”

선거를 위해 필요했던, 또는 언론 등 외부 환경이 요구했던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직 우리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 행복한 학교를 위해 진력해주길 고대한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애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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