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영 수필가

민미영 수필가

[동양일보]수도원에서 40일 작정 기도를 했다. 그러나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한 수도자가 몰래 수프 한 국자를 떠먹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모두 이 수도자를 비난하며 정죄한다. 프란체스코가 말한다. ‘우리가 금식함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서로를 사랑하며 배려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인데 설령 그중 하나가 지키지 못했다고 하여 그를 비난하는 것이 옳은가?’라며 자신도 40일이 되기 전 수프 한 국자를 떠먹고 비난의 대상이 된 수도자를 위로하고, 동시에 비난보다는 감싸는 사랑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오류를 많이 범한다.

예전 설교 말씀에 들었던 게 기억난다. 늦은 밤샘 기도 시간에 아들을 데리고 아버지가 참석했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중간중간 졸고 있는 성도들도 눈에 띄었고, 열심히 기도하며 하나님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아들은 졸지 않았지만, 연신 졸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며 비난했다. “아버지, 저기 00도 자고 있어요, 저쪽엔 00가 졸고 있네요”라며 쉴 새 없이 졸거나 자는 사람을 찾아서 정죄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가 말했다. “차라리, 너도 자거라”

내게 주어진 시간에 기도하고 예배하는 모습에 열중하면 그뿐인걸, 내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골라서 비난하고 정죄하는 게 더 나쁘다는 말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나는 안 그래요’라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에 더 신경을 쓴다.

예전에 요양원에 근무할 때 일이다. 목욕을 하게 되면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투입되어 그 일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그중에 한 명 정도는 꾀를 피우며 괜히 기저귀를 갈아주고 쓰레기를 버린다며 왔다 갔다 할 뿐 직접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 바쁘니 우선 목욕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중에 그 꾀를 피운 직원을 뒤에서 욕한다.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매번 그런 행동을 하니 짜증이 난다며 뒷담화가 길어지다 보면 행동 하나하나가 다 밉상으로 보여 그 사람 전체가 아주 못된 인간이 되고 만다.

반면 꾀를 피운 그 사람은 누구를 욕하지도 않고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이다. 사실 같이 일하는 처지에서야 그렇게 꾀를 피우는 동료가 있다면 정말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때 앞에서 정식으로 일할 때는 같이 하자고 청하는 게 낫다. 뒤에서 아무리 욕해도 그 사람은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척할 수도 있다.

열심히 일하고 뒤에서 또 뒷담화하고 나면 그 사람이 열심히 일한 공은 없고, 결국 다른 사람 헐뜯는 사람이 되고 만다. 누구를 내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은 쉬우나 그것이 결코 내게 이롭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내 능력만큼 하면서 상대가 도와주지 않으면 같이 하자고 청해서 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다.

“말로 죄짓지 않는다. 입술을 지키라”는 말이 있다. 한치 혀를 잘못 놀려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면 그건 칼로 준 상처보다 깊고 오래갈 수 있다. 타인을 비난하는 말을 삼가고, 입술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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