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동양일보]7월 1일이면 민선8기가 시작된다. 당선된 지자체 단체장들은 제각각 인수위원회를 꾸리는 등 재임기간 추진할 정책 개발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문화 진흥정책은 그 중요성에 비해 늘 후순위이며, 있어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이벤트 중심이라서 지역문화 진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이는 이번 민선8기에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지점이 있다. 먼저 지역에 대한 고민이다. 문화의 특성상 외부의 고급문화는 지역문화를 위협하여 지역문화의 중심성과 결을 오히려 해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지역문화의 혼돈과 무질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원형을 찾아내어 그것을 질료로 한 정책 발굴이 요청된다. 그렇지 않고 지역과 단절된 아이디어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정책적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중심의 접근은 지역 전체에 대한 구조적 이해가 뒤따라야 한다. 지역문화 자체가 지역민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모두의 문화이기 때문에 지역과 지역민 전체를 정책적 시야에 넣고 디자인해야 한다. 특히 지역문화는 생물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물처럼 잘 스며들기 때문에 문화적 행위가 삶으로 이어지고 문화로 확산되도록 구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과 지역민을 분리시켜 접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는 집단개념으로 간주, 지역내 다양한 인적 구성을 소홀히 하거나 지역민 없는 지역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지역은 일종의 상상의 공동체이나, 공동체 그 자체보다 오히려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고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민 하나하나가 빛나고 그 빛이 모아져 아름다운 문화공동체의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의 문화적 삶이 지역문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문화 자체가 생활양식으로 표현되는 삶의 결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과 삶의 축적이 있어야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지역문화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가장 손쉽고 지속가능한 정책적 접근은 지역문화원형에서 정책적 모티브를 찾아 현재성과 미래가치를 가미해 디자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이든 지역문화의 원형은 24절기 세시풍속, 마을 전통문화에 풍부히 남아 있다. 아직도 마을 주민들에게는 문화유전자인 밈이 살아 있다. 그러니 그것을 찾아내 주민들의 문화유전자를 자극하고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을 축제 활성화라든가, 21세기형 세시풍속 복원사업, 또는 신목・마을정자・마을숲・마을옛길 조성과 같은 마을경관사업 등도 좋은 사례이다. 또는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어느 마을이나 있었던 서당을 복원하고 마을 중심 서당 학습시스템을 구축하여 마을단위 평생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마을 서당은 주민들의 평생학습권을 신장할 뿐 아니라, 마을 소멸과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다.

끝으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문화는 주민들의 문화적 활동의 총체이자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문화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를 통해 지역문화를 진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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