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청 유아특수복지과장

박을석 충북교육청 유아특수복지과장

[동양일보]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했다. 우리 충북도 단체장 취임에 따라 선거공약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 내 교육 공약 중에서 많이 회자되는 에이아이(AI, 인공지능) 영재고 설립도 조만간 그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에이아이 영재고는 대통령 공약인 데다 이번에 취임하는 도지사와 교육감의 공통 공약이기도 해서 어느 때보다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협력과 투자가 원활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도내 에이아이 영재고 설립은 민선 7기 때부터 기획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도와 충북교육청 사이의 명문고 설립 논쟁 중 대안의 하나로 충북과학고의 영재고 전환 또는 에이아이에 특화된 영재고 설립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대선, 지선을 거치면서 여러 후보에게 제안되고, 그 결과 공약으로 채택된 것이다. 과정에서 충북교육청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재학교의 전국 실태 조사, 서울대 교수진과 협력한 연구용역, 설립 가능지역 예비 조사, 선거 후보들에게 보낸 정책 제안 등등.

이제 문제는 의지를 갖고, 추진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고, 각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재고 설립 추진에 있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없지 않으니 설립 완성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다.

타 지역 사례를 보면 영재고 설립은 교육청의 노력 못지않게 시·도청의 공동투자와 협력도 큰 몫을 차지했고, 교육부의 고등학교 정책 판단도 방향타 구실을 하였다. 특히 서열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체제에 대한 영향 고려는 살펴볼 대목이다.

왜 에이아이 영재고등학교 설립이 화두가 되었을까. 우선 영재고등학교는 영재교육 진흥법에 따른 영재학교이다. 이 법의 정의를 따르자면 영재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다.

요컨대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에게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우리 지역에도’ 영재고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영재고는 무학년 학점제 졸업이며, 개인연구 및 공동연구, 졸업 논문 등 대학교와 유사한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정부의 집중적 투자로 교육여건이 매우 좋은 편이다.

그러면 하필 에이아이인가. 아시다시피 인공지능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이다. 게다가 지난 정부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에이아이 인재 육성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천명한 데 더해 아직 고교단계까지 에이아이 교육을 특화한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에이아이 분야의 연구와 개발에는 컴퓨터과학 뿐 아니라 뇌과학, 데이터과학, 수리과학 등이 관련되어 있으니 현대과학 연구의 여러 분야로 뻗어나갈 인재들이 선망할 학교가 될 것이다.

만약 충북에 에이아이 영재학교가 설립된다면 지역 내 영재교육의 보완뿐 아니라 신분야 영재교육 도전을 통해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의 본래 기능에도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오래도록 인간의 재능을 키우는 일로 정의되어 왔다. 심지어 이천 년 전에 살았던 맹자라는 인물도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군자의 세 번째 즐거움이다”라고 하였다. 이 언급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이라는 말의 최초 출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성의 실현, 예컨대 인격의 완성이나 민주시민성의 육성이 교육의 목적이 아닐 수 없다.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제대로 진단하고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존재로 시민성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는 일도 화급하고 중차대한 일이다.

재능으로 보면 사람은 천재, 영재, 수재, 기재, 일재, 범재, 둔재 등등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재능이 없다 해서 그 사람이 무익하다거나 무가치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누리고 인간적 가치를 실현할 권리가 있다.

이제 충북 에이아이 영재고 설립이 본격 가도에 오르겠지만, 이 일로 인해 충북교육이 엘리트 교육으로 편중되거나 편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학생이 각자 가진 재능을 기르고 모든 학생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체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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