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경 수필가

정현경 수필가

[동양일보]싱싱한 신록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바람의 부채질에 서로를 간질이며 웃고 있는 푸른 계절이다. 맑은 심성을 가진 자에게 주고 싶은 바람의 선물이 그린 최고의 작품이다. 바람과 가장 가까운 사이인 공기는 또 어떤가?

어떤 사람이 병원에서 공기를 돈으로 계산하여 지불하고 보니, 그 동안 내가 마신 공짜 공기 값이 얼마인지 계산하고 깜짝 놀랬다는 말이 생각난다. 공기의 값을 돈으로 계산하고 보니 공기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겠더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늘 가까이에서 공기처럼 있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도 마찬가지다. 물을 돈 주고 사 먹을 것이란 것을 상상도 못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봉이 김선달을 웃기는 돈키호테쯤으로 여겼던 우리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곳곳에서 김선달을 만난다. 앞으로 공기도 마트에서 사야하는 시절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기처럼 물처럼 가까운 관계가 1촌인 부모자식 사이다.

숲 속의 나무나 야생화는 댓가를 요구하고 자라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건 살아 있는 사람들의 행위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희생과 봉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무엇인가 바라는 마음이 자리하기에 때로는 서로 실망하기도 한다.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없는 공기처럼 부모 자식 간의 사이는 끊어 질 수 없는 인연 줄인 것이다. 오죽하면 천륜이라 했을까.

자식은 좋은 부모를 만나고 싶고 부모는 착한 자식을 만나고 싶겠지만 내 의지대로 선택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니 천연이라 말한다. 자식은 인자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모를 만나고 싶을 것이고, 부모는 훌륭한 자식을 두고 싶겠지만 자식을 선택할 수 없으니 아쉬운 건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말하지 않아도 뭔가를 기대하는 부담감을 갖는 건 사실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도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부모자식간의 인연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식은 딱 두 종류라고 말하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빚을 받으러 나온 자식과 빚을 갚으러 나온 자식이란다. 어떤 자식을 원하는지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

자식도 부모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어떤 자식은 자기 허락도 안 받고 세상에 나오게 한 부모에게 평생 먹고 살 것을 부모에게 요구했다지. 그 부모 어떻게 허락을 받아야 했는지 증명을 하면 그러겠노라 했다하니 가장 가까운 사이란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들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나왔는지 궁금하다. 저 많은 자식을 거느린 나무의 심정은 어떠한지, 그래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을까?

바람 부는 푸른 계절의 싱그러운 오늘

실록 위에서 간지럼 타는 행복한 1촌을 위하여….

1촌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서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행복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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