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 받아야”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장애인들은 일반 시민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아요. 비록 작은 국수집이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며 함께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윤경(51·사진) 담쟁이 장애인보호작업장 시설장의 소망이다.

테이블 10개, 15평 남짓한 ‘담쟁이의 국수이야기'(청원구 향군로 110 라임미소가 오피스텔 104호)는 담쟁이장애인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이 생산한 국수를 원료로 국수요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음식점이다. 음식점 주방에서 국수요리를 하는 사람도 장애인이다. 오전엔 장애인 노동자 2명과 근로지원을 하는 비장애인 2명이, 오후엔 장애인 노동자 1명과 근로지원자 1명이 근무한다.

‘담쟁이의 국수이야기’는 김 시설장의 아이디어로 2016년 내덕동에 오픈했다. 현재 자리로 2020년 8월 1일 이전했다.

“청주만해도 장애인보호작업장이 16곳이나 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단순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가가치가 낮은 생산품이 결과물이다 보니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 밖에 없죠.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품을 만들어 장애인들의 노동의 가치를 높여야겠다는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국수집이 탄생했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담쟁이의 국수는 일반 국수보다 더 쫄깃하고 맛깔스럽다. 그 비결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의 실제 모델인 권오길 국수 장인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죠. 일반 싸구려 밀가루보다 3배 비싼 좋은 밀가루를 쓰고 있어요. 비록 마진은 작지만 국수 맛만큼은 자신있어요.”

운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김 시설장은 일일점장 운영 방법을 생각해냈다. 실제 일일점장 운영은 많은 사람들에게 담쟁이 국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지역 인사가 하루 동안 담쟁이 국수의 점장을 하면서 국수 판매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후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16년 송재봉 전 충북NGO 센터장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까지 모두 77명의 지역인사가 일일 점장을 자처했다. 일일 점장은 지난 4월부터 다시 시작됐다. 오는 27일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이 90번째 일일점장으로 예약돼 있다.

 

청주 모충초, 충북여중, 일신여고를 졸업한 김 시설장은 충북대 생화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고 서른이 넘어 특수학교 보조교사로 사회복지분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사실 그 때 처음으로 많은 장애인들을 보게 됐어요. 그 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성공회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석사 과정을 밟았고 장애인거주시설을 거쳐 장애인작업장에서 일하게 됐죠. 작업장에 대해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인터넷에 장애인 작업시설을 검색했더니 주로 ‘장애인 노동자 착취’ 이런 키워드들이 줄줄이 나오더라고요.”

최저임금법 제7조에는 ‘최저임금적용 제외’라는 항목이 나온다. 근로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장애인들이 이에 해당된다.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의 처우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부터 담쟁이 국수는 최저임금적용제외 인가 신청을 하지 않고 있어요. 장애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청주 4개구별 각 1곳씩에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제대로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담쟁이 국수를 오픈하는 것이 꿈이에요.”

4녀 중 막내인 그는 현재 미혼이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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