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동양일보]신약성서 마태복음 5장 3~12절에는 유명한 예수그리스도의 산상수훈 8복이 나온다. 맹자는 사람의 마음에 측은지심(惻隱之心·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부끄럽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겸손하고 사양하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등 사단(四端)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성서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닌 필자는 팔복과 사단을 ‘착한 사람’이 되라는 말로 함축하여 받아들이고 싶다. ‘착하다: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라고 표준국어대사전은 풀이하고 있지만, 곰곰이 되씹어 말과 행동을 곱고 바르게, 상냥하게 했는지 되돌아보면 낯이 붉어진다.

퉁명스럽게 말 했던 것, 별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고 욕(辱)을 해댔던 것, 골목길을 걸으며 빈 깡통을 발로 찼던 것 등등 돌이켜 보니 착하지 않은 행동을 일상에서 너무 많이 저질러 왔다는 자각에 수오지심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앞선다.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라는 6월 더위가 7월에도 그칠 줄 모른다. 더위에 지치다 보니 짜증이 난다. 시비지심을 잃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사라져 내 것만 챙기는 이기주의자가 되어간다.

올릴까 말까 서민들의 마음을 애태우던 전기요금이 결국 오르고 말았다. 천문학적인 한국전력의 적자(赤字)를 메우기 위해서란다. 국민이 적자를 만든 것도 아닌데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있다. ‘미세먼지 어쩌구’하면서 화력 발전을 줄이고, ‘탈원전 저쩌구’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중단시킬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나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4인 가족 월 평균 전기사용량이 307kw라고 한다. 1kw당 5원이 인상되면 월 1535원 정도 부담이 되는데, 문제는 하필 이 무더위 속에 요금을 인상하여 심리적 부담을 키우는가 하는 것이다. 뉴스에 의하면 10월경에 또 인상할 계획이란다. 전기요금뿐이 아니다. 가스요금도 올랐다. 온갖 생활비가 100m 달리기 출발선에서 출발하듯 앞다투어 오르고 있다. 오르는 물가에 오르는 수은주에 덩달아 혈압도 오른다. 그러니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은 사라지고 이기지심(利己之心)에 물욕지심(物慾之心)에 착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간다.

그래도 지난 하짓날 누리호가 발사 성공을 이루었다. 중계방송의 3000℃의 화염을 내뿜는 순간 화면도 뜨겁다기 보다는 시원해 보였다. 바로 그거다. 이렇게 더위에 지치고 물가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들에게 시원한 소식을 전해 주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두 달이 넘게 지났다. 무언가 달라지고 나아지길 고대했는데, 정치권은 민생 챙기기보다 자기들 이익에만 급급한 듯 보인다. 국회는 여전히 원구성 다툼에 있다. 일부 장관(급)들은 청문회도 거치지 못하고 임명됐다. 거대 정당들은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만 있다. 그러니 더 덮다.

이제 겨우 초복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삼복더위, 시원한 소식을 듣고 싶다. 오르는 물가와 혈압을 잠재울 시원한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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