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면접때 뭐입지?” 내집 네집 할 것 없이 ‘때’ 되면 자녀들로부터 꼭 듣는 말이다. 재킷이 비싼 옷이라 구입하는 일 자체가 큰 부담이다. 면접이 회사마다 계절별로 다르니 취업이 늦어질 경우 이론상 춘하추동 4벌의 정장이 다 필요하다.

오죽하면 충북 청주시를 비롯해 전북 완주, 경기도 수원시 등에서는 취준생들 면접용 정장 대여 서비스까지 해줄까.

충남도가 작년에 이어 올해 여름철 공무원 면접시험에서도 옷차림 자율화를 시행한다고 한다. 폭염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을 줄여 주고 정장 구입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다.

더위와 긴장 완화, 정장 구입비 경감, 경직된 공직문화 개선, ‘MZ세대’ 문화 존중 등 어느 면에서도 좋은 취지다.

충남도에서는 2년 전 넥타이를 맨 응시생이 더위와 긴장감에 쓰러질 뻔한 적도 있어 그것이 복장 자율화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취준생들 입장에서 보면 정장을 지원해 주는 지자체보다 더 ‘진일보’한 방식이다.

다만 행정기관이라는 보수적 이미지 탓에 노재킷을 허용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래도 정장을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재킷과 타이를 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수험생 입장에서 노재킷은 어쩐지 ‘모험’ 일 것 같고, 그래서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재킷을 차려 입는 심리가 남아있는 것이다.

실제 면접장에 남자는 거의 대부분 셔츠에 넥타이, 여자는 블라우스에 검정치마를 선택해 참여 했다는 후문이다.

시행 초 과도기 단계인 만큼 완전히 정착되려면 시간이 조금은 더 걸릴것 같기는 하지만 충남도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같은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자율복장 방침이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노재킷 면접자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건 안하느니만도 못한 제도가 될수 있다. 따라서 기왕 시행한는 제도, 차라리 노재킷, 노타이를 ‘의무화’ 시키면 어떨까.

그러면 다른 경쟁자들은 전부다 재킷을 입고 왔는데 순진한 자신만 노재킷으로 가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사라질법 하다.

노재킷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재킷 차림으로 면접장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면 이 제도가 의무화 등의 선제적 조치 아니면 쉽게 정착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또한 공직사회의 이같은 신선한 방식이 공기업 전반은 물론, 일반 사기업들에게까지 퍼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대기업부터 시행한다면 그 순기능을 따라 중소기업에까지 문화가 확산되고, 청년 구직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줄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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