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은 수필가

문지은 수필가

[동양일보]1번 국도를 타고 조치원에 가다 보니 복숭아를 파는 매장이 길 곳곳에 탐스러운 복숭아를 진열하고 손님을 부른다. 이끌리듯 한 복숭아 매장 앞에 차를 세웠다.

발그레한 복숭아가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탐스럽게 쌓여있다. 갓난아기의 엉덩이 같기도 한 뽀얗고 포동포동한 복숭아 한 상자를 서울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택배를 부탁했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부터 말랑말랑한 백도를 좋아하셨다.

여름이면 어머니는 백도 두세 개를 장바구니에 담아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후식으로 복숭아를 내놓았다.

칼을 대지 않고도 스윽스윽 벗겨지는 껍질 안에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달콤한 속살의 복숭아는 그 어느 과일의 맛에 비할 수 없었다.

가장 두툼하고 큰 조각이 나오는 씨 앞뒤면은 아버지 몫이었다.

복숭아씨 옆으로 조금 작은 조각 두 개는 나와 동생이 하나씩 먹었다. 어머니는 복숭아씨 주변에 남아있는 과육을 조금 맛볼 뿐이었다.

세종시에 이사 오니 조치원이 마침 유명한 복숭아 산지다. 봄부터 분홍 꽃잎을 휘날리며 복숭아향으로 유혹한다. 봄에는 가지에 붙은 잔 꽃을 모두 따 주어야 커다란 복숭아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열매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면 봉지를 씌어 벌레가 먹지 못하게 한다. 하나하나 정성껏 키운 복숭아가 햇볕이 뜨거운 여름이면 달콤한 복숭아향을 풍기며 익어 간다.

복숭아가 제맛을 내려면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씨가 며칠 계속돼야 한다. 새벽에 과수원에서 바로 수확한 싱싱한 백도가 상자에 가지런히 포장돼 매장에 나온다.

멀리 택배를 보낼 때는 보드라운 과실이 상하지 않도록 완충기능이 있는 포장재로 하나하나 포장해서 상자에 담아 보낸다.

처음 백도를 포장해 보내드렸을 때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시며 “여태껏 먹어본 복숭아 중 가장 맛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한 상자를 보내면 두 분이 드시기에 너무 많다고 말씀하시지만 맛있는 것은 아버지나 딸들에게 먹이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넉넉하게 보내드렸다.

서울에 살 때는 제철 과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지냈는데 세종시에 와서는 복숭아철을 놓칠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로 미뤄졌던 복숭아 축제도 열리는 모양이다.

부모님께 보내드릴 거라고 말하니 좀 더 크고 좋은 과일을 골라 하나하나 포장해주는 주인장의 손길이 정겹다.

“사장님 두 상자 더 포장해 보내주세요.”

올해는 좀 더 넉넉하게 보내 경로당에 있는 친구분들과 함께 드시라고 해야겠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