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권 취재부 국장 / 세종·충남 동 본부장

1년 예산만 17조원, 근무 인원도 1600여명에 달하는 거대 안보기관인 방위사업청이 대전으로 간다고?

논산시와 시민들이 멘붕이다. 애당초 큰 기대를 걸었던건 아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릴줄이야.

최소한 공론화와 납득할만한 절차는 거칠줄 알았는데 대통령의 즉흥적 전화 한통화를 대선 공약이라는 미명으로 분식(粉飾)해 버린 처사는 한마디로 코미디다.

대통령과 현 정부를 지지했던 논산시민들은 마치 모델하우스에서 본 금으로 만든 수도꼭지가 실제 입주해 보니 놋쇠인 것 같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논산은 지금 이 상황이 매우 고약하고 불편하다. 국방관련 인프라나 논리·명분 무엇을 봐도 방사청 이전에 논산만큼 타당한 도시가 없어서 더 그렇다.

그리고 대전이 좀 큰 도시인가. 논산처럼 인구소멸 위기에 빠진 지자체에는 죽어라 죽어라하면서 대전에 이런걸 주는게 합당한 일인가.

이장우 대전시장이 갑자기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전언이라며 발표한 과정도 뜬금없다. 대통령은 그게 뭐 급하다고 전화로 말하고, 언론은 난리법석을 피우며 보도에 열을 올렸을까.

지지율 20%대의 바닥에서 헤매는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 땡처리 선언을 한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해본다.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 5공 전두환의 신군부소리를 듣는 등 자신이 제거하지 못한 정치적 지뢰 때문에 미래가 여전히 아슬아슬한 윤 대통령이다. 참 딱하다.

거대 국가안보기관 이전을 전화 한통화로 결정한 듯한 이번 일은 공정하지 않고, 비례적이지 않으며,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앞뒤 모두 황당한 하이브리드 개콘같아서 논산시민들은 그냥 웃는다.

그게 양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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