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1차선에서 벤츠보다 빨리 잘 달리는 티코를 본다. 작은 차가 앙증맞게 잘 달려서 따라 잡으려 하지만 더 빠르게 달려 포기하였다. 이런 티코를 보면 예전의 필자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필자는 유학을 마치고 1990년 수의학과의 원년 멤버로 부임했다. 부임 7년 차에도 학과건물도 없고 20평 남짓한 가건물 실험실을 3명의 교수가 나눠쓰고 있었다. 학과를 신설했으면 교육부가 건물과 실험장비를 지원해야 하는데 아무 지원이 없었다. 1990년대 교육부는 대학의 연구업적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는 부익부 빈익빈 정책이었다. 교육부 국장은 여러 대학을 순회하면서 연구업적이 없으면 당근도 없다면서 연구 활성화를 종용했다. 어느 날 교육부 관계자들이 우리 대학을 방문해서 교육부 정책을 홍보했다. 필자는 국장에게 “교육부는 정말 너무하다. 부임 7년이 됐지만 신설학과 신임교수에게 건물, 실험실, 장비 지원 하나 없다. 우리과 교수들은 웬만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하고 교육부가 신설해준 학과에 부임해 왔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교육부는 청주에서 서울까지 오라면서 운전면허가 있는 우리에게 차도 안주고 서울대 교수들에게는 그랜저를 주면서 2시간 만에 왔다고 상을 주고 차 없이 이틀 동안 부지런히 걸어온 우리에게 늦게 왔다고 채찍질하는 것이 교육부 정책이다. 운전면허가 있는 우리에게 최소한 티코는 제공해야 그랜저와 경쟁할 것이 아닌가? 부디 우리에게 티코라도 주고 경쟁시켜라! 그러면 그랜저도 따라잡을 수 있다(당시 그랜저가 최고의 차).” 고함치는 바람에 회의장은 깔깔 웃음과 박수 소리에 난장판이 되고 교육부 국장은 무안해서 사색이 됐다. 교육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나의 티코와 그랜저론은 이후 오랫동안 교육부에 회자됐다.

필자는 부족한 연구공간을 넓히기 위해 대학 뒷산 언덕을 깎아 6평짜리 컨테이너 설치를 시작으로 컨테이너 수를 늘려가면서 실험실 공간을 만들었다. 신설학과의 열악한 환경은 젊은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고 더 해야 할 일과 기회를 끄집어내게 했다. 2000년 8월 벤처 붐이 불던 시절, 대학 내 6평 컨테이너에서 창업, 2007년 9월 코스닥 상장, 현재는 국내 1위 비임상시험 연구개발기업(CRO)으로 성장했다. 전국 수의대 중 가장 신생대학으로 가장 열악했던 우리 수의대는 현재 충북대 내 최우수 대학이자 전국 수의대 중에서 손꼽히는 우수대학으로 발전했다.

1988년 유학시절 한국행 비행기 탑승 시 옆자리에 앉았던 일본의 중견 전자회사 임원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그는 삼성전자의 일본인 고문으로 당일 금요일 저녁 서울에 도착하면 삼성임원과 함께 요정에 가서 놀다가 토요일에는 기술전수를 하고 저녁에 다시 요정에 가서 즐기다가 일요일 아침 귀국한다고 자랑했다. 그런 삼성이 현재는 일본의 소니를 포함한 다른 전자회사를 합해도 삼성전자의 매출이나 시가총액 보다 작다. 당시 삼성은 일본 최고 아닌 중간급 전자회사로부터 배워 이제는 세계의 삼성이 됐다. 당시 삼성은 티코이고 일본은 그랜저였지만 열심히 빨리 달린 삼성은 오늘 그랜저보다 멋진 최고급의 리무진 버스가 돼 있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