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신임 추기경 서임식

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비레타를 씌워주고 있다.(바티칸 AP=연합뉴스)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천주교 대전교구장을 지낸 유흥식(71) 라자로 대주교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추기경에 공식 임명됐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 추기경을 비롯한 20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하는 서임식을 주례했다.

서임식에서 유 추기경은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영국 아서 로시 신임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로 추기경의 상징인 붉은색 사제의 모자 ‘비레타’와 추기경 반지, 칙서를 받았다.

유 추기경은 이날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죽을 각오로 추기경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80세 미만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새 교황을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며, 유 추기경도 80세가 되기 전까지 투표권을 갖는다. 전 세계 추기경 수는 226명이다.

 

유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다.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과 염수정 안드레아(79) 추기경 등 그동안 서임된 추기경들이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인데 반해 비서울대교구장 출신의 첫 추기경이기도 하다.

1951년 충남 논산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유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의 뜻을 기려 세운 논산 대건고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톨릭 세례를 받았고 이탈리아로 유학, 1979년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83년 귀국 후 대전 대흥동 본당 수석 보좌신부, 솔뫼성지 피정의 집 관장, 대전가톨릭교육회관 관장, 대전교구 사목국장, 대전가톨릭대 교수·총장, 대전교구 부교구장을 지냈다.

2005년부터 대전교구장(주교)으로 직무를 수행해오다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부제의 직무와 생활, 신학교 사제 양성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됐다. 이는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장관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유 추기경은 29~30일 교황이 주재하는 추기경 회의에 참석,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한반도 평화 염원한 유 추기경 새 문장

 

27일 천주교 대전교구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의 신앙과 철학을 담은 새 문장(紋章)을 발표했다. 문장은 원래 중세시대 유럽의 귀족들이 자신의 가문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했고, 가톨릭에서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유 추기경의 새 문장엔 상단과 양측에 추기경을 상징하는 붉은 예모(禮帽)와 5단 술이 그려져 있다. 문장 중심에 있는 방패는 하느님 백성과 교회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주교의 사명을 상징한다. 방패의 파란색은 세속적 가치에 마음을 두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과 그 나라를 먼저 구하고자 하는 염원’을 드러낸다.

방패 중심의 십자가는 ‘신앙 안에서 우리의 아버지시고 어머니’이신 한국 순교자들의 희생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방패 왼쪽 하단의 은색 올리브 가지가 눈에 띈다. 은색 올리브 가지는 인류 공통의 염원인 세계 평화와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한다.

하단에는 유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Lux mundi’(세상의 빛)가 교회 전통에 따라 검은색 라틴어로 쓰여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