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금융 상황점검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거시금융 상황점검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회의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저녁 언론 공지에서 "오늘 인사혁신처를 통해 '헌법 63조에 따라 박진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는 국회의 해임 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는 대통령에게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법률상 거부권 행사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이날 저녁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별도로 공개한 것이다. 사실상의 거부권 행사를 공언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저녁 해임 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에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것에서 한층 강경해진 기류로 읽힌다.

해임 건의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며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상황에 맞서 '강 대 강 대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을 압박해 박 장관의 해임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나아가 윤 대통령 사과는 물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대한 책임론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박 장관을 유임시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윤 대통령이 해임안 통과 만 하룻만에 해임 건의에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야권 공세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정쟁할 때가 아니고 국익을 생각할 때"라며 사실상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주한 중남미 대사들과의 간담회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박 장관은 해임 건의안 통과 이후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 통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사실상의 '재신임'을 통해 박 장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해임 건의를 수용할 경우 자칫 민주당이 제기하는 '외교 참사' 프레임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대통령실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해임 건의안 카드를 통해 당 내부를 결속시키려는 목적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부 결속 외에는 민주당에 아무런 정치적 소득이 없다"며 "국익을 위하지 않는 단순한 힘 자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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