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소설가

이영희 소설가

[동양일보] 자명종을 닮았는지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니 따뜻한 바닥에 뭉그적거리고 싶지만 핑계대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나를 이기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배우자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라는 두 잠언을 중얼거리면서.

물을 한잔 마시고 아침 식사 준비를 간단히 해놓은 후 어제 읽다 만 책을 펴든다. 공감을 불러오는 주옥같은 문구가 책을 놓기 싫게 하지만 부윰하게 동이 터오면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지압 발판을 밟으며 먼저 단전 밑을 두드린다. 손바닥과 귀도 문지르고 입으로는 경전을 암송하거나 기도하는 이영희만의 체조다. 언뜻 보면 방물장수 보따리 같기도 하지만, 30분간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면 몸이 가뜬하고 소망을 이루듯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마침 조정래 작가의 등단 50주년 기념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읽고 대작가의 생활 습관을 닮은 것 같아 쾌재를 불렀다. 조정래식 체조와 규칙적인 산책 등으로 건강을 지킨다는 문구를 읽고 나서다.

해거름에는 또 하나의 즐거운 습관인 맨발 걷기와 산책을 한다. 숲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생명들과 조곤조곤 대화하며 운동기구를 이용하는데 맨발로 걷는 것을 추가했다.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나를 느끼며 혈액순환이 잘 되어 요즈음도 추운 줄을 모른다. 몸의 양전하와 땅의 음전하가 중화를 이루고 뇌를 자극해 자연을 멀리한 죄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지압 효과와 접지(接地) 효과가 국내외의 여러 학자의 논문과 임상실험으로 입증되었다고 한다. 일상의 감기부터 코로나19, 암, 심혈관 등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나려면 맨발로 꾸준히 걸어 볼 일이다.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진다”라고 대문호 괴테도 말했지만, 맨발로 걷기는 부작용이 없고 경비도 들지 않는 최고의 자연치유 요법이다.

흙이 묻은 발을 물티슈로 닦으며 바라보니 흙만큼이나 보기 힘든 한옥 빨랫줄에 바지랑대로 받쳐놓은 빨래가 추억을 소환한다.

대가족이 벗어놓은 옷과 이불 홑청을 산더미같이 이고 냇가로 가신 어머니는 넓적한 돌 위에 나오는 한숨을 방망이로 두드려 빨았다. 이불 홑청은 삶고 풀을 먹여 대충 마르면 잡아당기고 자근자근 밟은 후 다듬이질하셨다. 전기다리미가 없던 시절, 다리미로 다린 듯 매끈해졌다. 그것을 시쳐서 씌우면 홑청이 되었는데 풀기로 까슬까슬하고 버스럭대던 이불과 체온을 나누던 어린 시절 그때는 왜 그리 차갑던지.

온갖 집안일에 묻혀 허우적거리던 그 시대의 아낙들이 참 안 됐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 시절 어머니 나이를 넘으니 사각대던 소리와 새물내 나던 촉감이 새삼 그리워진다.

빨래가 촉촉할 때 다독거려 손질하면 뜨거운 다리미를 들이대지 않아도 되듯, 평소에 맨발로 걷고 산책하며 자연과 벗하면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불편을 느끼는 일은 없으리라. 중요한 것은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고 호미로 막지 않으면 가래로 막아야 한다는 속담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귀소본능이 동물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며칠 느슨해져서 나쁜 버릇이 굳어지기 전 오늘도 콧노래를 부르며 좋은 습관을 붙박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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