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인파 사고 예방 등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한 주 간의 국가애도기간 종료 이후 첫 공식 회의인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애도에서 안전 관리체계 혁신으로 국정 무게중심을 이동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국민들께서 일상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번 참사 이후 공개석상에서 '일상 회복'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고 직후 합동분향소를 열고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함께 한 정부가 이제는 애도를 넘어 국민이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제도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사망자 빈소와 분향소를 날마다 방문해 참배하고, 불교(4일), 개신교(5일), 천주교(6일)의 추모행사에 참여해 온 윤 대통령은 이날을 기점으로 사실상 정상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견 기업인의 날 행사장을 찾아 산업계와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강조한 것도 그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있을 윤 대통령의 해외 외교행사 순방 일정을 소폭 축소하되 가급적 예정대로 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 참모는 여전히 비상 상황이지만, 적어도 국민께는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일상을 회복하도록 도와드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안전한 일상을 위한 제도 개선과 관련, 윤 대통령은 사고 직후부터 도마 위에 오른 인파 또는 군중 관리, 이른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를 후속 대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압사를 우려하는 112 신고가 있었으나 주변 차도를 막아 공간을 확보하는 등 적절한 인파 관리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이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파를 제대로 관리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국민의 공통된 의문이 있었다"며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야권이 지속해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한 답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사망자 빈소에서 "죄송하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4일 조계사 법회에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지만, 야당으로부터 공식 사과 요구를 받아온 터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회의 발언에서 정부가 공식석상에서 써온 사고를 '참사'로, 사망자를 '희생자'로 각각 표현했다.

이 역시 정부가 소극적 용어 선택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한다는 야당 등의 비판에 대한 답으로 읽힌다.

다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 요구에는 '선(先) 수습 후(後) 문책'이라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말로, 현재 진행 중인 경찰의 수사 및 감찰 조사 결과를 문책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놓고 야당에서 분출하는 이 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에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장관은 일단 유임시키되,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난 경찰 수뇌부에 대해서는 감찰과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날 경찰에 대해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경찰 조직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이 내부에 공유됐다"며 "우선 경찰 수뇌부가 문책성 인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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