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게이트 감독 "포용 강조하는 강력한 성명 될 것"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동참한 EPL 선수들 /연합뉴스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동참한 EPL 선수들 /연합뉴스

이란과 조별리그 B조 1차전으로 카타르 월드컵을 시작하는 잉글랜드가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회 기간 이 퍼포먼스를 경기 시작 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무릎 꿇기를 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느꼈다"며 "포용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전 세계의 젊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강력한 성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경기 전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펼쳐왔다.

그러나 축구계의 인종차별이 근절되지 않는 데다 퍼포먼스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며 일부 경기에서만 하는 쪽으로 축소됐다.

지난 8월 EPL 사무국은 시즌 개막전,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라운드, 박싱 데이 등에만 이 퍼포먼스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물론 EPL에서 특정한 경기, 큰 경기에서만 이 퍼포먼스를 하기로 한 점도 인지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번 월드컵이 가장 큰 행사"라고 말했다.

잉글랜드가 이 퍼포먼스를 꺼낸 것은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와 관련해 최근 불거진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과 관련이 있다.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인 카타르는 이들의 인권 문제로 유럽 등 서방과 대치 국면을 이어왔는데, 잉글랜드는 이 문제와 관련에 가장 날카롭게 날을 세웠던 곳으로 꼽힌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 해리 케인도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취지에서 '무지개색 완장'을 찬다.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은 각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케인은 "하나의 팀, 선수단, 조직으로서 이 완장을 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겠다"며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이 문제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내일 이란과 경기 전까지는 FIFA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잉글랜드 측은 혹시 FIFA가 이런 규정 등에 따라 벌금을 물리더라도 이 완장 착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FIFA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돌연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자체 완장'을 내놨다.

유엔 산하 기관과 협력, 교육·보건·차별 반대 등의 주제를 담은 완장을 조별리그, 16강, 8강 등 대회 단계별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케인을 비롯해 독일 대표팀의 주장 마누엘 노이어 등은 FIFA가 갑자기 발표한 새 완장보다는 기존 원 러브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히잡 착용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상대 이란의 상황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말을 꺼낼 정도로 파악한 상태가 아니다"며 "상대 팀 측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했다면 분명히 이를 귀담아듣고 대책을 고려했겠지만, 그런 일은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모두가 축구에 집중하길 바라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경제 불황에 빠져 있고 많은 사람의 삶이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두 팀은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0시에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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