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호 충북도 안전정책과장

이설호 충북도 안전정책과장

[동양일보]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가다보면 고은삼거리에서 미천고은로와 회남문의로를 지나 청남대길이라는 도로명을 보고 ‘이 길을 청남대길로 도로 명칭을 부여하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다.

청남대관리사업소장으로 있을 때 점심을 먹으려고 들렀던 어느 식당에서 주인이 도로명칭 때문에 고충을 겪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청남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그 식당 위치를 전화로 물어서 식당 주인이 ‘미천고은로 몇 번 길’이라고 안내했더니 상대방이 ‘느닷없이 왜 미쳤냐고 하느냐’고 따져서 그 말이 아니고 도로명 주소가 미천고은로라고 대답해도 또다시 같은 질문이 오고 가고 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주변 분들과 나누다 보면 ‘라디오 싱글벙글쇼’에 문의면 미천리의 마을 명칭이 소개된 일화도 들은 적이 있다. 거기에서도 외부인이 어떤 장소의 주소를 물으니 미천리라고 답하니, 왜 미쳤냐고 하느냐 하면서 한바탕 말씨름해서 대폭소를 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주소나 도로 명칭일 발음이나 어원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흔히 말하기를 청주는 갈 데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답고 편하게 쉬면서 힐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은데도 갈 데가 없다고 한다.

청남대 방문객들과 많은 인터뷰를 통해 청남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어디서 오시는가를 분석해 본 적이 있는데, 대구·영남지역 분들이 단연 많고 경기 이남과 인천 그리고 대전·충남 지역 분들이 많았다. 청주를 포함한 충북도민들은 예상외로 청남대를 찾는 분이 적다고 느껴졌다.

심지어 지난해 가을 국화·단풍철에는 청남대만 여섯 번을 찾은 경기 여주에서 오신 일행을 만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주변 청주 지인들은 주로 찾는 여행지로서 강원도 강릉이나 주문진, 부산 해운대, 여수나 통영 그리고 가까운 충남 대천이나 안면도 등 바닷가를 많이 찾고 좋아한다.

청남대에서 근무했고, 청남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동시에 청남대의 홍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에 잠기게 된다.

1996년에 도로명 및 건물번호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2006년 10월 4일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도로명 주소가 도입됐다. 주소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위치에 대한 정확한 표현, 탐색 및 검색의 용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문의청남대 나들목으로 변경되고 나서 청남대를 찾는 관광객들은 더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었고, 올해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연간 18만여 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청남대를 효율적으로 홍보하는 방안으로 남일면 고은삼거리에서 청남대(청남대길 646)까지를 ‘청남대길’로 도로명 주소를 변경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물론, 대로변만 청남대길로 변경하고 그 외 세 길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데 좋다고 본다. 청남대 가는 길 대로변이 청남대길이라고 불린다면 그곳을 지나다니는 일반 사람들도 ‘어디 갈 데가 없냐고 묻지는 않겠다’ 싶다. 또한 도로 표지판도 청남대길을 안내해줌에 따라 청남대를 홍보하는 시너지 효과가 매우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충북도 민선 8기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시대는 충북이 품고 있는 소중한 보물인 청남대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청남대가 세계적으로 명소가 되려면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 청남대는 개방 이후 연간 80만여 명이 다녀간 국민 100대 관광지로 연속 4회 선정된 명실상부한 국민 관광지이다.

이제 청남대가 우리 지역주민의 입에 자주 오르고 사랑받는 청남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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