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심비디움 재배 38년 매달려 온 ‘난초 장인’
우수품종 23개 발굴 등 열정... 최고영예 ‘금탑산업훈장’ 받아
해외시장 수출 확대로 외화벌이... 기술은 주변 농가들과 공유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신비스러워 심비디움이라 불리는걸까? 양란 심비디움을 말할 때 이런 애칭이 붙는다.

라틴어로 배를 뜻하는 심바(Cymba)에서 유래됐다는 심비디움, 영어이름 또한 배 모양의 꽃이 피는 난초란 뜻의 보트 차일드(Boat Orchid)이다.

양란 심비디움에 반평생을 바쳐 대한민국 산업분야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사람이 있다.

공주시 이인면 이인리에서 해평농장을 운영하는 양승호(68·사진) 대표가 주인공이다.

양 대표는 지난 11일 27회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공주와 충청남도 농업을 크게 빛냈다.

무려 38년간이나 심비디움에 매달려 온 그는 이 화초만 우수품종 23개를 발굴하고 국산 품종 재배기술을 확대 보급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로열티 약 20억원을 절감하고 신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등 화훼산업과 지역 농업 발전에 기여한 그는 훈장 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과분한 상을 받았다”며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채찍으로 여기며 농업발전에 최선을 다하라는 명령으로 여긴다”며 거듭 겸손해 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 부모를 따라 귀농해 농업인이 됐고, 난초는 그 이전 어려서부터 가까이 접했다고 한다.

1985년에 지어진 현재의 농장 비닐하우스 전체면적은 2000평 규모다. 농장 입구에 세워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영어 ‘never give up’ 문구의 팻말이 눈길을 끈다.

양 대표가 기르는 심비디움 품종은 약 20여가지. 전부 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육종 개발한 국산품종만 시험재배를 하며 수량은 약 6만본이고 연차별로 2만본씩 3년치를 재배중이다.

농장에서는 온도를 조절해 꽃 피울 시기를 시차별로 다르게 한다. 개화 시기가 다른 이유는 12월께부터 2월말과 3월초까지 순차적으로 꽃을 피워 연말연시, 성탄절, 승진인사, 졸업, 입학 등 시즌에 맞춰 출하하기 위해서다.

해평농장 심비디움의 특화된 장점은 국제시장에서 일본과 호주의 품종을 누르고 ‘우리 꽃’을 더 알려야 하겠다는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 그런 욕구가 품종들의 경제성과 불합리한 부분들을 대체할 국산품종 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해평의 심비디움은 그래서 재배 안정성이 확보돼 있고, 특히 수출용 절화 품종과 시장에서 요구하는 중형종 및 소형종도 연차별로 출시할 수 있어 영농을 처음 시작하는 농가들이 안전하게 재배 할 수 있다.

양 대표는 심비디움을 들고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아시아 태평양 난전시회 등 굵직굵직한 꽃 대회에 나가 대한민국 화훼의 우수성을 과시해 왔다.

수출도 활발해 현재 네덜란드와 사우디, 두바이, 호주 미국, 인도, 태국등으로 국산 심비디움 절화를 시집 보내는 등 외화수입에도 큰 기여를 한다. 농어촌발전대상, 충청남도 수출탑, 국무총리상 등 크고 작은 상도 많이 받았다.

재배 기술은 혼자 독식하지 않고 나눈다.

그는 육종별 재배기술과 노하우 등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사업에 참여해 재배 매뉴얼을 공유하며 농가에도 국산품종특성을 컨설팅 해주고 있다.

국산심비디움 연구회를 만들어 재배 농가들을 돕고, 국제시장에서 심비디움의 우리품종 80%이상 점유를 목표로 뛰고 있다.

양 대표는 “심비디움은 기후환경과 지역별 수질의 차이에 따라 적응에 차이가 난다”며 “전국 각 재배농가들이 해당지역 농가환경에 맞는 자기만의 고유품종을 개발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심비디움을 재배해 일본 등 외국 품종보다 우리 환경에 재배적응이 잘 되고 상업성도 좋은 품종을 보유하자는 것이다.

이미 외국 절화시장에서는 국산품종이 최고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고 자부하는 양 대표.

그는 “심비디움은 시장에서 유행따라 소멸되는 품종이 아니다”며 “연구기관에서 우수하고 경제성이 우수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농가들도 각자의 취향과 경영계획에 맞는 품종으로 국제 수출시장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가 각국의 검역조건에 따른 수출 검역 매뉴얼을 파악해 농가들에게 공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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