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토양환경팀장

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토양환경팀장
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토양환경팀장

 

얼마 전 글로벌 수하물 보관 서비스 업체 겸 여행사인 바운스가 34개국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여성 혼자 여행하기 안전한 나라’ 순위조사에서 한국은 7개 지표 중 양성평등 지수와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34개국 중 32위로 거의 꼴찌 수준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개선과 실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에서 2021년에 실시한 양성평등실태조사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 수준에 대한 주관적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응답자의 65.2%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응답자의 41.0%만 불평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양성평등에 대한 남녀 간 인식차이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19년에 실시한 성폭력안전실태조사에서도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이 73.1%에 이르러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여성들의 온전한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과제는 현실의 문제지만 해결 방안은 알게 모르게 잘못 자리 잡고 있는 내면의 인식 개선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여자는 살림하고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아이를 키워야 하고 남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식의 여자와 남자가 하는 일에 대한 고착화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경계를 허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들로 여성의 경력단절, 고용차별,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대상화 등을 꼽고 있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의 성불평등을 해소하고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은 남성과 여성의 구분 없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의 딸이자 어머니의 경력단절과 고용차별에 함께 저항하고, 집안일을 나누어 하며, 여성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 따뜻하게 바라본다면 우리 사회의 성불평등 문제는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노라가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을 버리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나는 인형의 집이 출간된 지 140여 년이 지난 서구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정착과 실천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60~80년대 산업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겨우 반세기가 조금 지났을 뿐이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지만 더 이상 미뤄서도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모든 국민은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남녀가 유별하고 하는 일이 달랐던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 다가올 양성이 평등한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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