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룡 취재부 부장

박승룡 취재부 부장

[동양일보 박승룡 기자]먼저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다. 보통 나무라는 이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목본식물로 생각하지만 볏과에 속하는 일종의 풀이다.

대나무는 줄기가 굵고 또 30미터 넘게 자라기도 해서 얼핏 보면 나무 같지만 사실은 외떡잎식물로 부름켜가 없고 나이테도 생기지 않는다.

대나무 중 ‘모소 대나무’는 중국 극동지바에서 자라는 희귀종으로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 고작 3~4cm 밖에 자라질 못한다.

그런다 해서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4년 동안 땅속 수백미터까지 뿌리를 내린다. 이후 5년생에 접어들면 하루에 30cm가 자랄 만큼 엄청난 성장력을 보인다.

이 때문에 2~3개월이면 울창한 대나무 숲을 만들어 낸다.

성장을 위해서 오랜 기간 준비를 하는 것을 비유해 여러 영화나 시집 주제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때론 정치인의 국정운영 철학이나 자치단체장엔 행정운영에 빗대곤 한다. 긴 여정을 들여 공들인 사업이 일수록 그에 따른 성과도 뒷받침 된다.

하지만 수포로 돌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여러 의견을 듣지 못하고 독단적인 선택일수록 피해는 더 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잇따른다.

충북정가에는 요즘 무서운 정치인이 나타났다. 자신의 SNS에 “다음번에 출마 안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에 따라 도정을 운영하겠다”는 글을 올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선택을 했으니 자신의 의중을 따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요즘 도정은 안개속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과 도의회 마찰로 인한 예산삭감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남은 시간만큼은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모소 대나무’처럼 준비하는 기간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민심의 선택을 되돌릴 순 없지만 성난 민심은 그 선택을 버릴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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