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 청주시 문화재과

조용미 청주시 문화재과

[동양일보]천연기념물인 황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으로 지정하여 보호 관리되고 있는 희귀 조류로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복을 물어다 준다 하여 길조로 여겨지던 황새는 1900년대 초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였다. 대한민국 창공을 노닐던 그 많던 황새는 다 어디로 간 걸까? 황새는 한국전쟁과 밀렵, 경제개발의 여파를 겪으며 서식지와 먹이를 동시에 잃고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음성군에 살던 우리나라 마지막 텃새 부부 황새 중 수컷이 1971년 밀렵꾼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암컷마저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생을 마감하며 우리나라에서 텃새 황새는 사라지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우리는 영영 황새를 잃어버린 걸까? 우리 곁의 친구 황새를 찾기 위한 대장정의 노력은 청주에서 움튼다. 황새가 사라진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독일, 러시아로부터 황새를 도입하여 인공증식을 위해 노력하였다. 청주시도 황새생태연구원과 손을 맞잡고 황새복원이라는 희망의 싹을 틔웠다. 2014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의 황새 60마리가 충청남도 예산으로 이송되고, 예산 황새공원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0여 마리가 야생으로 돌아가며 황새복원사업은 꽃을 피웠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열매를 맺어야 할 때. 예산군뿐만 아니라 전국 하늘에서 황새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은 전국 지자체의 관심사가 되었다. 문화재청은 열띤 경합 속에 황새 야생방사 지역으로 선정된 청주, 김해, 서산에 올해 9월 두 마리씩 총 여섯 마리의 황새 부부를 이송했다. 우리 지역 청주에는 산 좋고 물 좋은 대청호반 문의면에 대청이와 호반이라고 이름 지은 사이좋은 황새 부부가 둥지를 틀었다.

황새가 찾아온 것에 기뻐한 문의면 사람들은 황새지킴이로 나섰다. 예민한 황새가 편히 살 수 있도록 「눈으로만 예뻐해 주세요」 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설치하고 평소 다니던 마을 앞길을 두고, 먼 길을 이용하며 황새가 새집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애썼다. 더불어 황새 돌보미를 자처한 주민은 오랫동안 살던 인근 마을을 떠나 황새가 사는 마을로 이사를 했다. 황새를 더 가까이에서 돌보며 밤낮 어느 때나 혹시 모를 위급한 상황에 곧바로 황새를 살피기 위해서다. 황새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원활히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방사장 인근에 습지를 조성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낀 걸까? 대청이와 호반이는 새집에 잘 적응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 대청이와 호반이의 새끼들이 태어나고 겨울이 되면 우리는 대청호반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황새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시작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으로 황새복원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준 문화재청과 청주시, 마을에 찾아온 황새를 가족처럼 알뜰살뜰 키워가는 지역 주민들. 학(學)과 관(官), 민(民)이 하나 되어 만든 이 아름다운 삼중주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황새가 대한민국의 텃새로 다시 거듭나는 일. 기적이 일어날 일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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