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호 충북도 안전정책과장

이설호 충북도 안전정책과장

[동양일보]2020년 9월 8일 임시정부 행정수반 동상 및 기록화 온라인 개장식에 전 지사께서 인사말 등을 촬영하기 위해 청남대에 방문한 적이 있다. 촬영이 끝난 후 인근식당서 점심하는 자리에서 전 지사께서 당시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이었던 나에게 한마디 던지셨다. “이 소장, 체험관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떠한가” 하셔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내년도 정부예산안은 이미 국회로 이송된 상태여서 내후년 정부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이 소장, 그때는 내가 없네, 올해 국회 증액 사업에 반영해 보도록 노력해 주게”라며 마지막 소원이니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셨다. 이에 “네,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정부예산을 반영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사업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법령에 부합해야 하고, 공공성과 사업추진에 있어 중앙투자심사 등 사전절차 이행 여부와 사업을 통해 경제적 효과 등이 있어야 정부예산 심의를 통과하고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다 아시다시피 청남대는 상수원보호구역과 수질보전 특별대책지구이다. 청남대는 교육연수 시설로 공공필요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만 건립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하던 것을 2003년 4월18일 노무현 정부가 충북도에 이관해 개방했다. 필자는 임시정부 행정수반 여덟 분의 동상과 기록화가 전시된 시설에 부합하도록 사업명을 ‘청남대 임시정부 행정수반 및 대통령 리더십 연수원건립’이라고 명명하고, 정부예산 사업비 확보에 착수했다. 지사께서 지시한 그 주 금요일에 사업계획을 보고드리고, 본 사업의 당위성이나 논리 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단기용역을 착수했다.

사업계획을 갖고 기재부 예산실을 방문해 청남대 연수원건립을 위해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세종사무소장까지 하고 예산을 손에서 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감이 떨어졌냐는 핀잔이었다. 연수원 건립사업은 지방이양 사업이어서 국비를 반영할 수 없는데,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하니 그런 반응을 보일만도 하다. 청남대에서 연수원 건립사업으로 국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공에서 필요한 목적이 뒷받침돼야 하고, 중앙정부 관련 부처 중에서 청남대 연수원건립비를 반영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사업비 확보를 위해 문체부, 교육부, 행안부 등에 모두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소득 없이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왔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국비 확보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국가보훈처 조직도를 검색하다 보니 보훈선양국 선양정책과에서 나라사랑 교육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찾았다! 바로 이거다!” 눈이 번쩍 뜨인 필자는 곧바로 연수원 건립사업명을 ‘청남대 나라사랑 교육문화원 건립’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보훈처를 방문했다.

보훈처 해당 부서장과 담당 사무관들에게 당해 사업의 건립 당위성과 논리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건립비는 지방이양 사업이므로 국비를 반영할 수 없지만, 교육 콘텐츠나 재료 등에 지원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희망을 얻었다. 보훈처에서 청남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직원이 밝은 미소로 “소장님, 아까 만난 사무관들이 지방에서 중앙정부에 사업을 건의하면서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해요”라고 하면서 보훈처 관계자들이 소장님을 잘 봤다는 얘기를 전했다. 할 일을 한 것 같아 보람이 있고 뿌듯했다.

이후 국회 증액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기재부 예산실에 사업 반영을 수시 건의하고, 보훈처 담당과장과 담당사무관, 주무관 등과 단톡방을 개설해서 수시로 진행상황을 설명·건의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청남대 나라사랑 교육문화원 건립 사업비의 정부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부예산에 담아준 보훈처와 기재부 예산실 그리고 당시 국회의원 등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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