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숙자 수필가

[동양일보]수필부문에는 총 90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신춘문예가 요구하는 것은 참신함과 개성이다. 대체적으로 묘사력과 문장은 좋았으나 미적인 사유와 시대적 성찰이 아쉬웠다. 빼어난 작품이 아닐지라도 오래동안 습작한 흔적이 있는 작품에서부터 생활의 낙수같은 작품까지 다양한 삶과 사유, 성찰을 발견했다. 작가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시대상을 담아낼 수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글로 구현할 수 있다. 본 선에서 아쉬웠던 점이 바로 그 점이다.

끝까지 놓치기 아쉬운 작품이 김재호의 “초가지붕 올리기”, 김금숙의 “혀의 예찬”, 김은철의 “폭설” “김향용의 “엄마와 종이학”이다. “초가지붕 올리기”는 초가지붕을 잇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였으나 장황했고 주제가 빈약했다. “혀의 예찬”은 소재가 참신했고 통찰이 깊은 반면 자신만의 사유에서 한 발 더 나가 주제의 의미화가 확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폭설“은 눈을 매체로 은유의 아름다움을 보였으나 삶과 연계되는 부분이 약했다.

당선작으로 김향용의 '엄마와 종이학'을 선했다. 이 글은 삶에 뿌리 박은 정서가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감동을 안긴 작품이다. 문장의 밀도가 부족한 점이 있으나 엄마가 접는 종이학을 통해 엄마의 일생을 형상화한 점에 주목했다.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고 현시대의 노인상을 잘 보여주었다. 또 다른 작품 “길”에서 길의 사유를 통한 작가적 가능성을 높이 샀다.

인상 깊었던 글은 김형주의 “단짝”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살면서 유년시절 앞이 안 보이는 할아버지와 걷지 못하는 손자가 서로 결함을 메워주며 살아간 생생한 글이다.

선에 들지는 못했어도 가능성이 충분한 글이 많았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글은 단번에 써지는 생산품이 아니다. 오랜 시간 쓰고 고치며 자기 삶을 의미화하는 작업이므로 오래 쓰는 사람이 승자임을 일러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