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베스티안 재단 이사장

김경식 베스티안 재단 이사장

[동양일보]우리 병원에서 연수를 받는 타지키스탄 의사 두 명이 있다. 그들은 코이카에서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 2021년 온라인교육, 올해 11일간의 오프라인 교육을 받은 의사 중에서 선발된 두 명이다.

지난 16일 베스티안 서울병원 송년회에서 그들과 함께 송년회를 보냈다. 송년회 자리에서 그간 교육받은 것에 대한 소감과 타지키스탄에 돌아가서 할 일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들은 이번 연수를 통해서 현재 타지키스탄 병원에서 부족한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적어서 보고하겠다고 한다.

똑같이 화상을 치료하는 병원이지만 타지키스탄 병원에서의 환자의 평균 입원일수가 15일에서 25일이나 더 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고 같이 토론을 해보았단다.

화상 의료진 연수를 지원한 보람이 느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의료장비의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장비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으며, 지난번 주한 타지키스탄 대사님과의 면담을 통해서 의료장비 구축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고 한다. 당장 예산을 마련하여 의료장비를 구매할 수 없으니 국가가 보증을 서고 리스 형태로 장비를 활용하자는 논의까지 진행해 보았다고 한다. 우리 병원은 2018년에 오송에 병원을 신축했으니 여기에 들어간 장비 목록을 제공해달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소모품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개최된 대한화상학회의 부스를 방문하여 화상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만한 폼재제 등을 살펴보았다. 귀국 후에 화상 치료와 관련된 제품들을 들고 가서 환자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타지키스탄 보건복지부와 소속병원에 보고하겠다고 한다.

세 번째로는 적정 의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장 타지키스탄에 돌아가면 두 명의 의사는 곧바로 화상 환자의 치료에 나서게 된다. 의료장비와 소모품이 없어도 환자는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침 우리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의사 닥터 칼리드는 두 사람의 담당 교수로서 Total Burncare라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부족한 장비와 소모품을 가지고 환자에게 필수적인 치료에 대해서 발표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기 업체 방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오송에 있는 ‘노아닉스’라는 회사를 방문했다. 그 회사의 의료기기 코팅기술에 대해서 배우고 우즈베키스탄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어서 CIS 국가에서도 생산한다는 성공사례를 접했다. 타지키스탄도 기술을 도입하고 공장이 생기면 좋겠다는 것이다.

베스티안병원이 오송에 내려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거점 중화상 병원을 만들고 의료기기, 의약품 업체들과 협력을 하고자 하는 모델처럼 그들도 지속적인 의료환경을 위해서 의료기기회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것이 의사의 맘이다.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의사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장비와 소모품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물론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의사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해줄 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화상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겠다고 나섰던 과거 필자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의료현장의 안타까움.

그리고 그러한 안타까움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활동. 이러한 활동들이 타지키스탄에서 이식되었으면 좋겠다.

화상 환자를 보면서 잘 치료해주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베스티안을 만들었듯이

전 세계 화상 환자를 위해서 화상 전문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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