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충북도의원

김성대 충북도의원
김성대 충북도의원

[동양일보]강도를 만나 쓰러져있는 한 유대인 나그네를 대부분 외면하고 지나갔지만, 당시 유대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괄시받던 사마리아인만이 성심껏 돌봐 구해줬다.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다. 프랑스를 비롯한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타인을 구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명 착한 사마리안법이 시행 중이다.

최근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의식을 잃은 시민들의 목숨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구슬땀을 흘리며 밤새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라며 분투한 ‘의인(義人)’들이 있었다. 화재나 물난리, 각종 재난과 범죄 현장에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절실할 때, 특별히 도울 의무가 없음에도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이분들이 있어 사회정의가 바로 서고, 각박한 세상에 공동체라는 온기가 더해진다.

그러나 우리시대 착한 사마리아인인 ‘의사상자(義死傷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그에 마땅한 사회적 대우로 이어지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면 ‘의사자’로, 다치면 ‘의상자’로 인정하고 있다. 의사상자에게는 국가로부터 보상금과 의료급여 등의 지원이 있지만, 본인 또는 유족이 지원신청을 해 의상자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상한이 정해져 있는 보상금과 국민성금, 보험금 간 중복지급이 인정되지 않는 등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다. 또한, 전기․수도 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같은 부수적 혜택이 없어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에 비해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의사상자의 숭고한 뜻을 기려 도민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서는, 국가적 예우와 지원을 보완하는 의미에서라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추가적이고 세밀한 의사상자 지원․예우 행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충북은 일부 여타 광역자치단체와는 달리 도 차원의 의사상자 관련 조례가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11개 시·군 중 3곳 외에는 관련 지원 및 예우의 법적 근거가 전무하다. 지역 차원에서 능동적인 의사상자 발굴과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문패 제작, 추모석 설치를 통한 의사상자 위상 강화, 지역 내 문화 및 체육시설, 공용주차장 이용료 감면 등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다른 곳에 주소지를 뒀더라도 우리 도내에서 구조행위를 한 의사상자가 있다면 특별위로금을 지급하는 것 또한 하나의 묘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7월 의사자 사이버 추모기념관을 개설해 유족 동의를 받은 163명의 의사자 정보를 등재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에 처한 이웃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한 의사상자야말로 일상 속 어둠을 밝히는 진정한 영웅이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이타적 헌신과 공로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그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역시 의사상자 지원과 예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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