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홍근 충북도 보건정책과장

곽홍근 충북도 보건정책과장

[동양일보]기억으로 5년 전 어머님께서 오른쪽 무릎을 수술하신 적이 있다. 십여 년 동안 참고 참다 어머님께서 도저히 못 참겠다시며 무릎 수술을 결심하신 것이다. 그동안 수술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어지간하면 참고 지내시려고 한 것이었다.

어머님이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당신 주변에 무릎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하시며 수술을 받고 싶지만 많은 분들이 수술 비용이 부담되어 망설인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의료비 걱정 없이 수술 받고 진료를 받을 수는 없을까? 형편이 좋지 않은 분들은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나 방송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아무리 건강보험 혜택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본인부담금 조차 버거운 의료취약계층에게는 아직도 병원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고 이 문턱을 낮추기 위한 지자체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합해 충북도에서는 민선8기 김영환 충북지사의 대표공약사업인 의료비후불제가 계묘년 새해 1월 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의료비후불제는 목돈 지출의 부담감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보건의료 취약계층을 대신해 충북도에서 의료비를 대납하고, 환자는 무이자로 장기 분할상환해 또 다른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善循環)적 의료복지제도이다.

의료비후불제 사업의 주요 내용은 도내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에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보훈대상자, 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 다빈도․고비용 질환인 임플란트, 슬관절․고관절 인공관절, 척추, 심․뇌혈관 등에 의료비를 최대 300만원까지 무이자로 지원하고 최대 3년간 무이자 장기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미 시행 전부터 많은 도민들의 관심으로 다수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으며, 시행과 동시에 1호 신청자가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업의 첫발을 내딛었다. 1호 신청자는 그 상징하는 바가 크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했다.

충북도에서는 1월 중 조례를 개정해 수혜대상자를 65세 이상 전체 도민과 모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국가유공자, 장애인까지 확대함으로써 지역․계층 간 차별 없는 ‘보편적 의료복지서비스’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1호 신청자는 그 차별 없는 ‘보편적 의료복지서비스’를 위한 첫 걸음인 것이다.

앞으로 충북도는 지원질병을 현재 6개 질병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참여의료기관 또한 현재 80개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신청절차 간소화 등 시범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 나갈 것이다.

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의료비후불제에 참여한 의료기관 및 농협뿐만 아니라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해야하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또 보완해 나가야 한다.

향후 수년 안에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의료비후불제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의료 취약계층에게 희망을 주는 착한 ‘의료복지제도’의 기본틀로 튼튼하게 작동할 것이라 확신한다.

올해는 어머님 왼쪽 무릎도 수술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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