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동양일보]마라톤, 정확히는 건강달리기를 근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달리기 장점은 뭐니 해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탁구나 테니스, 배드민턴처럼 둘 이상 짝이 돼야 하는 운동과는 달리 달리기는 아무 때나 시간에 구애 없이 상대방 없이도 혼자 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하고 약속하고 만나고 하는 성가시고 번거로운 일이 없어 자유롭다. 또 달리는 거리와 시간도 능력껏 정할 수 있어서 그날 몸 상태에 따라 뛰는 속도와 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달리기의 장점은 대회 참가가 비교적 쉽고 전문선수와 동호회원이 다함께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동아마라톤대회나 춘천마라톤대회 같은 유명대회에는 2시간대 초반의 기록을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도 뛰지만 출발시간에 차등을 둬 동호회원이나 일반인도 달릴 수 있도록 해 현장에서 전문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전문선수와 동호회원의 실력과 기량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전문선수는 대부분 대회 우승을 목표로 뛴다.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과학적이고 고된 훈련과 과정을 거쳐 몸을 만들고 단단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대회에 나선다.

그에 견줘 동호회원은 대부분 마라톤을 취미수준으로 한다. 개중에는 마라톤에 푹 빠져 기록단축을 위해 전문선수처럼 훈련하고 몸을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전문선수에 견주면 한참 밑이다. 취미와 건강관리가 목적인만큼 마음 내키지 않으면 운동을 거르기도 한다. 그러니 전문선수를 따라잡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러고 보면 직업과 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맡은 일에 주인이 돼 월급을 받고 하는 직업인과 필요에 따라 간간히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느낌보다는 적당한 요령으로 시간을 넘기거나 편히 일을 끝마치려는 사람도 가끔 본다. 또 가끔은 자기 권리는 적극 내세우지만 일하기 불편한 환경이나 작은 불이익 같은 건 조금도 못 참아하는 사람도 만난다.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전문선수처럼 근면 성실하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이 한 일에다 자기 힘을 약간 보태 마치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부풀리는 사람도 만나는 일도 있고, 일이 어렵고 힘들 때는 뒤로 빠져 있다가 성과를 낼만하면 이를 가로채 자기 공로인 것처럼 덧씌우는 사람도 가끔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조직의 밉상이다. 하지만 보통 진실은 통하는 법이어서 마침내 일의 유공자와 아닌 자는 드러난다.

옛말에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남의 눈에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전문선수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 사람의 모습만 딱 봐도 선수임을 단박에 알아맞힐 수 있다. 반면에 아마추어는 아무리 선수처럼 보여도 잠시 같이 지내보면 이내 알 수 있다.

2023년 새해는 토끼해이다. 토끼는 후퇴가 없다.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는 습성이 있다. 경기침체에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로 여러 곳에서 어렵고 힘들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선한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토끼처럼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전문선수처럼 우뚝 서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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