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 초당 3m 이동…단단한 땅에서도 안정적 보행

황보제민(뒷줄 가운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모래 바닥처럼 형태가 바뀌는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 보행제어기를 개발했다.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모래에서 뛸 수 있는 로봇을 만든 건 세계 최초입니다. 일반 지형에서 뛰든 모래에서 뛰든 로봇이 달리면서 다리로 느끼고 지형을 판단해서 정보를 이용해 뛰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 2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해변 모래밭도 거침없이 달리는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를 공개했다.

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48) 교수 연구팀은 이날 “모래처럼 변형하는 지형에서도 민첩하고 견고하게 보행할 수 있는 사족 로봇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로봇의 보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외부 충격에도 넘어지지 않고, 장애물을 피하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모래, 자갈처럼 작은 알갱이가 깔려 있는 바닥을 걷는 것은 어렵다. 로봇이 걷기 위해 힘을 주면 바닥의 형태가 다양하게 바뀌면서 힘을 상쇄하면서 자세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황보 교수팀은 "형태가 변하는 바닥에서도 걸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강화학습을 활용했다"며 "강화학습이란 다양한 상황에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수집하고, 이를 학습시켜 여러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학습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학습한 시뮬레이션 환경과 실제 마주친 환경이 다른 경우 학습 기반 제어기의 성능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보 교수팀은 보행체의 운동 역학으로부터 접촉에서 발생하는 힘을 예측하는 접촉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시간 단계마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힘을 풀어 변형하는 지형을 시뮬레이션했다. 또 인공신경망 구조도 도입해 학습을 마친 제어기를 연구팀이 만든 로봇 ‘라이보’에 탑재했다.

 

그 결과, 라이보는 로봇 발이 완전히 잠기는 해변 모래사장을 최대 초속 3.03m로 고속 보행했고, 추가 작업 없이 풀밭, 육상 트랙, 단단한 땅에서도 지반 특성에 적응해 주행하는 데다 에어 매트리스에서 1.54rad/s(초당 약 90°)의 회전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등 지형이 급격히 부드러워지는 환경도 완벽히 적응했다.

라이보는 군사용은 물론 물류운송, 공장, 애완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만큼 황보 교수팀은 로봇의 상용화를 위한 양산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황보 교수는 “다양한 지반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지형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적용할 방법을 제시했다”며 “시뮬레이션, 강화학습 방법은 비슷한 물리적 특성이 있는 보행 로봇 전반에 적용하고, 앞으로 제어기 제작에 응용해 적용할 지형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이 로봇은 군용으로 정찰이나 군수물자 이동 임무와 해변 감시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향후 3년 내 본격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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