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당에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 한분이 들어왔다. 손에는 좀약, 고무장갑, 철수세미, 키친타올... 등이 들려 있다. 누군지 알아본 종업원이 안사요라며 가시라 한다.

잠시 후 주방에서 나온 식당 주인의 외침. “할머니 가셨어요? 끼니때인데.”

종업원이 냅다 뛰어나간다. 그리고 돌아와서 전한 말 벌써 드셨다네요. 다른 식당에서 김밥하고 칼국수를...”

이어 사장님께 고맙대요라는 전언까지.

어디에선가 읽은 소소한 일화. 행상 할머니에게 따순 밥 한끼 차려 드리고 싶었던 어느 식당 주인과 주변 상인들의 착한 마음이 담겼다. 그들에게서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진리를 배운다.

"집배원 일도 바쁠 것 같은데 바람에 날린 빨래까지 챙기고 간 따뜻한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지난 3일 국민신문고에는 '빨래 개어놓은 집배원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칭찬 민원글이 언론에 보도됐다.

131일 충남 당진시에서 우편 배달 중이던 탁현수 당진우체국 집배원이 한 주택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빨래에 묻은 흙을 털어 개어놓은 뒤 자리를 떠난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긴 것.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국민신문고에는 흉흉한 소식이 많은 세상에 감동이라는 응원과 칭찬이 쇄도했던 모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해당 집배원의 선행 유공을 포상하고 격려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주위에는 이렇게 아주 작고 평범하지만 보는 이들의 가슴을 따스하고 뭉클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통시장에 가면 길가에 좌판 펼친 노점상 물건을 먼저 사는 사람, 가던 길 멈추고 승용차에서 내려 폐지수집 할머니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는 운전자, 택배기사에게 김이 나는 호빵 한개와 주스를 건네는 주부, 맛있는거 생기면 꼭 챙겨서 아파트 경로당에 갖다 주는 이웃 등.

사랑나눔 실천은 갈수록 각박해져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따뜻함을 전해준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고 이웃을 위해 온정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은건 우리의 높은 공동체 의식이자 강한 연대감이다. 그런 선행은 사회통합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살만하고 정겹고 아름답다. 당진의 탁현수 집배원이 퍼트린 나비효과가 예쁘게 재생산돼 충청지역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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