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팬데믹 코로나 시대가 3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새로운 바이러스 등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러시아 연구진이 시베리아 영구동토 얼음 밑에 봉인된 동물 사체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그중 전염력이 되살아난 바이러스를 ‘좀비바이러스’라 명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겨울 기온이 영하 55도에 이르는 동토의 얼음 밑에 잘 보존된 동물 사체에 있는 바이러스는 수십만 년 생존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구동토의 해빙은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것처럼 바이러스 창궐로 재앙을 부를 수 있다.

미국 CDC(질병통제센터)의 생물안전등급은 병원체의 위험도에 따라 1~4단계로 나눈다. 가장 치명적인 에볼라바이러스, 천연두바이러스를 4등급으로 분류하지만 NASA에서는 미지의 외계병원체를 가장 높은 5등급으로 정했다. SF영화를 보면 우주로부터 전달된 외계병원체가 인류를 멸망시키거나 역으로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이 전투 아닌 병원체로 퇴각하는 장면이 있다. 면역력이 없는 지구인 또는 외계인들에게 한 번도 접한 적 없었던 세균 또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1300년 초 몽골에서 시작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감염사시켰고, 1918년 스페인독감은 전 세계인의 3분의1을 감염시켰다. COVID-19도 확진자가 7억에 이르렀지만 집단면역이 생기면서 계절독감처럼 됐다.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제국은 스페인과 에스파냐의 소수 병력에 무력 아닌 천연두로 괴멸됐다. 유럽인들과 달리 중남미 원주민은 천연두에 면역력이 전혀 없어 90% 이상 감염사했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라리아, 황열은 면역력이 없는 유럽인에게는 치명적이었고 황열은 아메리카를 착취하려는 유럽인의 과욕을 막고 노예제도 폐지의 계기가 됐다. 역으로 남미 원주민의 매독은 유럽 전역에 전파되어 유럽인들을 괴롭혔다.

고대바이러스는 외계병원체처럼 두려운 존재이다. 영구동토내 온전히 보존됐던 매머드, 늑대의 몸속에 잠자던 바이러스가 깨어나 어떤 재앙을 유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고대바이러스의 연구는 신중해야 한다. 20세기 흑사병이라 불리우는 에이즈, 90% 치사율의 에볼라, 최근 발병한 원숭이(M)두창의 바이러스들이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설이 있다. COVID-19의 명확한 발원과 전파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되었다는 논쟁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독감도 미국 캔서스 닭농장 한 농부에서, 사스도 사향고양이를 만지던 개인에서 시작되었듯이 팬데믹 감염병의 70~80%가 동물에서 시작됐다. 매머드를 비롯한 고대동물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라면 인간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 사악한 인간들은 이런 바이러스를 생물학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2016년 시베리아에서 35도 이상 고온으로 동토층이 녹아 사슴 사체와 접촉한 어린이가 사망하고 다수의 성인이 감염되면서 2000마리 이상의 순록이 폐사했다. 1941년에 발생했던 탄저병이 75년 만에 창궐했기 때문이다. 탄저균은 9.11사태에 생물학적 테러 무기로 사용된 무서운 세균이다. 탄저균은 강력한 포자형성 세균으로 생존력이 강하다. 동결 사체에서도 100년 이상 생존해 사람이나 가축을 감염시킬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영구동토만이 아니라 만년설, 티벳고원, 북극권 빙하속에 동면하다가 깨어난 병원체가 새로운 팬데믹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험하지 못한 병원체에 대해 대처할 방안은 없다. 기후 변화에 미리 대처하고 동물의 건강, 사람의 건강, 환경의 건강이 하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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