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권·세종 충남 동부 본부장

못해줘요. 안되는걸 해줬다가 업체가 행정소송 내면 패솝니다.”(무리한 민원 내는 주민에게)

잠깐만요. 책 읽듯 말하면 어떡해요. 내가 답변할게요.”(프린트 낭독하며 답하는 면장에게)

“OOO의원님, 예산 승인해 주실거죠? 주민여러분, 박수좀 쳐 주세요.”(배석한 시의원 체면 세워주며)

공주시 최원철 시장의 어록. 26~172주간 실시된 읍면동 순방 시장과의 대화에서다.

주민들을 대하는 최 시장은 항상 진지했고 발언은 모두 동치미였다. 되는건 딱 부러지게 된다, 해준다였고, 억지 요구에는 법적으로 안된다. 예산도 수백억 든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안되는걸 될 것처럼 희망고문 하지도 않았다. 주민들을 어르고 달랠줄도 알았다

읍면은 새마을운동때부터 시작한 난개발과 대충이 섞여 있어 도로 등 인프라가 불비한 곳이 많다. 주민들은 시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문을 쏟아낸다. 무리한 요구도 많다.

행사가 끝난 후 일부에서는 사전에 짜인 각본대로 진행했다, 날방송이 아니어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놨다.

현장을 모르는 얘기다. 그런 자리에서 무수한 민원을 제한된 시간 내에 모두 듣고 답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이런 경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마을 주민들 거개가 60, 70대 후반의 어르신들이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특정 시민이 마이크 잡고 수십분간 발언 할 경우 밤참 먹으며 앉아 있어야 한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 공무원 언론인 모두 그렇게 한가하지 못하다.

그래서 시는 민원을 미리 듣고 관계공무원들이 정리해 답을 주고 해결책도 제시했다. 거기서 나온 가장 큰 이슈들을 골라 자유발언 후 시장과 관계공무원이 답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대로 주제와 무관한 각본 없는 발언도 많이 나왔다.

시장과 공무원 모두 진지하게 경청했고, 30여년 공직 내공으로 잔뼈가 굵은 국과장들의 답변 또한 훌륭했다. 박수도 여러번 나왔다.

언론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기자는 행사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며 지켜 봤다.

최원철 시장의 읍면동 초도순방 이보다 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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