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의 3분의1 분량…키워드 '자유·미래·번영·협력'
작년 10월 국군의날 이후 尹-李 첫 대면…기념식 후 짧은 악수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104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전면에 내세운 키워드는 '자유·미래·번영·위기'였다.

기념사는 이례적으로 짧은 분량이었다.

1300자 남짓 분량으로 5분 25초간 읽어내린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3천620자)보다 3분의 1가량으로 줄어든 분량이다.

기념사에는 독립(10회), 자유(8회), 조국(7회), 미래(5회), 번영·위기·기억(4회), 안보·변화·협력(4회)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자유'는 윤 대통령이 각종 연설에서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키워드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자유'를 총 33회 언급하기도 했다.

한일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윤 대통령은 '미래'를 다수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을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또 일제 강점기를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로 언급하며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은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날로 심화하는 북한의 군사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닥쳐온 글로벌 복합위기 등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을 향해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는 별도로 없었다.

대신에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독립운동가들의 과거 희생에 대한 기억을 재차 강조했다.

대북 강경 기조 속에서 북한 관련 언급이 별도로 없었던 점도 눈에 띈다.

'평화'는 기념사 마지막 줄에 한차례 등장했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평화를 30번 언급했던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념사를 최대한 명료하게 압축했다"며 "한일이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기본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유족, 여야 지도부, 사회 각계 대표 등 1300명이 참석했다.

회색 넥타이에 태극기 배지를 단 윤 대통령은 흰색 원피스를 입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기념식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김영관 애국지사, 김 여사는 독립운동가의 후손 장예진(대구왕선초 4학년) 학생의 손을 잡은 채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맨 앞줄에 함께 앉은 독립유공자 포상자들과 악수를 했다. 역시 앞줄에 있던 김진표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등 5부 요인들과도 악수했다.

뒷줄에는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자리했지만, 입장 때는 별도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나란히 앉은 정 위원장과 이 대표는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개식 선언은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이 했다. 이 이사장 아들이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는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불린다.

윤 대통령은 '만세 삼창'과 함께 기념식이 끝난 후 퇴장하다가, 국민의힘 권성동·윤상현 의원 등과 악수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 정진석 위원장은?"이라고 말하며 여야 지도부 자리로 향했고, 정 위원장, 이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과 짧게 악수를 했다.

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대면한 것은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이후로 처음이다.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첫 만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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